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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국난극복, 재건의 기틀을 다짐했던 곳, 정동"

강서도서관서 10월21일까지 열리는 고인돌 강좌<br>박희용 수석의 '시간과 공간으로 풀어낸 서울건축문화사'<br>40여명의 중장년층 "우리문화의 깊이를 알게 돼"

23일 강서도서관에서 열린 ‘시간과 공간으로 풀어낸 서울건축문화사’ 첫 강의에 박희용 서울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이 설명을 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역사적으로 정동(貞洞)은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재건의 기틀을 다짐했던 곳입니다. 임진왜란 때 경복궁이 소실되고 덕수궁 맞은편에 위치한 월산대군의 증손 이성의 집을 행궁으로 삼아 선조가 잠시 기거하면서 창덕궁 등 궁궐을 다시 세웠고, 아관파천 이후 고종이 러시아 공관으로 피신해 기거하면서 대한제국의 비전을 세운 곳이기도 합니다.”

지난 23일 늦은 7시, 서울시교육청 강서도서관 교육문화교실2에서 열린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강좌 ‘시간과 공간으로 풀어낸 서울 건축문화사’ 강의를 맡은 박희용(사진) 서울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동의 역사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이번 강좌는 총 5회로 구성됐으며 첫 강의 제목은 ‘구본신참(舊本新參) 과 고종의 공간정치’로 고종이 단행했으나 실패로 그친 광무개혁의 기운이 서려있는 덕수궁을 비롯해 정동의 유래, 외국공관 밀집지역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해 나갔다.

“조선시대에 정동은 인천에서 한강 마포나루로 물자와 사람들이 드나들던 길목입니다. 그래서 숭례문, 소의문(서소문의 옛 이름), 돈희문(서대문의 옛 이름) 등 3개의 문이 연결돼 있었습니다. 외래문물의 관문이기도 했던 이곳에는 영국·미국·독일·프랑스·러시아 등 외국 공관이 모여 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커피와 케익이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곳이며, 배재학당·이화학당 등 신식 학교의 집결지이기도 했습니다.”



박 수석은 정동의 유래도 소개했다. “기록에 따르면 정동은 태조의 두 번째 부인인 신덕왕후 강씨의 무덤, 정릉이 있던 동네라는 의미입니다. 능에는 죽은 왕족의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절이 있는데 정릉과 흥천사가 처음에는 이곳 정동에 있었습니다. 이후 지금의 성북구로 능과 절을 옮기게 되고 사찰은 새로운 흥천사라는 의미로 신흥사로 바뀌게 됩니다.”

강의는 정동과 관련 있는 지도와 사진을 함께 보면서 1900년대 당시 정동 일대에 세워진 건축물과 이에 얽힌 인문과 역사 그리고 오늘날의 위치와 공간을 비교하면서 진행됐다. 1902년 캐나다 선교사 게일이 남긴 지도에는 황단(원구단), 러시아공사관, 이화학당, 배재학당 등이 표시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100여년전 사진 속 정동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유일한 곳은 영국 공사관으로 지금 사진과 비교해도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 밖에 기둥만 남아있는 러시아공사관, 배재학당의 본관건물과 향나무 등 정동 일대에 남은 역사적 사진에는 100여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40여명의 수강생들이 늦은 가을밤 한국건축에 얽힌 공간과 역사에 대한 진지한 강의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특히 50~60대 중장년 남성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관심을 두고 있는 내용이 나오면 질문을 하면서 강의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도서관에 자주 온다는 김 모씨는 “우리 것 우리 문화에 대한 지식이 참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지금까지 내게 궁궐은 그냥 보고 지나치는 건축물이었는데 이번 강좌를 통해서 그 속에 담겨있는 역사와 철학도 알게 될 것 같다”면서 “지난달에 열린 ‘미술에 담겨있는 조선’강좌를 듣고 덕수궁에 들러 ‘거장 이쾌대, 해방의 대서사전’과 DDP에서 열린 ‘간송문화전’을 다녀왔다. 생애 처음이었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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