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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2일 단독 회동은 서로의 '필요'에 따른 만남이다.
대선까지 4개월간 불안한 정치적 동거를 시작해야 하는 박 후보는 5년 내내 드러났던 이명박계와 친박근혜계 간의 대립을 해소하는 모습을 보여 '대통합'의 메시지를 완성해야 한다. 인기가 떨어진 현직 대통령과의 만남이 선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친이와 친박의 화해로 얻는 게 더 많다는 셈법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도 이번 만남은 잃을 것이 없다. 일하는 정권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는 이 대통령의 바람을 여권 대선 후보와의 협력으로 강조할 수 있다. 특히 묻지마 범죄와 성폭력 등 민생치안 문제에 태풍 피해, 추석을 앞둔 서민경제에 대한 논의는 박 후보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박 후보와의 협력 분위기는 레임덕 현상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이날 회동에 대한 브리핑은 새누리당에서만 이뤄졌고 청와대는 당의 브리핑 내용에 대해 "한 글자도 덧붙일 게 없다"며 모든 상황을 당으로 넘겼다.
8개월 만에 100분간 이뤄진 이날 단독 회동에서는 예상대로 민생 문제에 대해 대화가 오갔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박 후보는 그동안 민생 현장에서 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대통령에게 전달하며 대통령이 적극 나서주기를 요청했다"며 "특히 특히 태풍 피해 대책과 성폭력 등 안전 문제 그리고 민생경제 등 시급한 민생 현안 세 가지를 중심으로 대화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박 후보는 태풍 피해 지원과 관련해 기준 미달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정부 보완책 등을 대통령이 직접 챙겨달라고 요청했고 이 대통령은 재기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또 대학생 반값 등록금과 영ㆍ유아 양육수당 확대 등을 요청하며 "정부 지원이 불필요하다고 지목한 상위 30% 가구도 대부분 우리 주변의 평범한 맞벌이 부부인 만큼 저출산 문제 때문이라도 보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이어 최근 발생한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민생안전을 위해 100일간을 범국민 특별안전 확립기간으로 정해 반사회적 범죄에 대한 민관합동 대책 마련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박 후보의 제안에 동의하고 필요성을 인정하며 "세계적으로 경제ㆍ민생이 어려운데 정치권에서 민생경제를 살릴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회동 이후 박 후보는 비박계와 본격적인 화합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양측은 "정권 재창출이 아니라 정권 새 창출이다(친박)" "대통령 되게는 못해도 안 되게는 할 수 있다(비박)"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깊은 감정의 골을 드러내왔다. 지금도 비박계의 핵심인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은 8월31일 당 연찬회에 불참했고 박 후보의 광폭행보에 진정성이 없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날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박 후보 측은 비박계를 향해 구애의 손을 뻗칠 것이라는 게 친박계의 중론이다. 박 후보는 연찬회에서 "마음의 벽을 무너뜨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치하는 이유는 국민 삶을 챙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 선상에서 생각하면 언제든지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비박계와의 화합을 에둘러 강조했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이 의원에게 사과하는 형식은 다른 피해자들을 고려할 때 가능하지 않다 "면서도"이대로 가면 아무리 광폭행보를 해도 비박계가 하는 비판 한마디에 묻히기 때문에 반드시 화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야당은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단독 회동에 대해 야당의 집권을 막으려는 밀실야합이라며 폄하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이날 "우리는 '이명박근혜'를 물리쳐야 한다. 박근혜가 누구냐.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자 유신의 딸"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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