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 난립과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요양시설 사업자가 금융권으로부터 요양시설 건설원가의 최대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이 폐지된다. 과거 요양원이 부족한 시기에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로 인해 대출부담이 큰 요양원들이 정부 지원을 더 받기 위해 환자 수 조작, 인건비 감축을 위한 보호사 채용 최소화 및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지급, 서비스 악화에 따른 환자의 불만 증가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노인요양시설을 지을 때 건설원가의 최대 80%까지 담보대출이 가능하도록 한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조만간 개정하기로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담보대출 비율을 낮추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담보대출 비율 규정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요양시설 사업자는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은행으로부터 손쉽게 건설원가의 80%까지 대출을 받아왔다. 언뜻 어느 시중은행이 이렇게 무리하게 대출을 해줄까 싶지만 장기요양원은 정부지원 사업을 하는 곳이어서 안정적으로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데다 법까지 이를 허용하고 있어 그동안 '비상식적인 대출'이 무분별하게 이뤄져 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사업자도 큰 어려움 없이 돈을 대출받아 노인요양시설·장기요양원 사업을 할 수 있었고 운영자가 빚을 과도하게 내 사업을 하다 보니 무리하게 수익을 거둬 들이려 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환자 수를 조작해 부당한 급여를 타내거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요양보호사를 최대한 적게 고용하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는 사례 등도 이 같은 대출규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적지 않은 요양시설에서 이런 행태가 자행되면서 요양 서비스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 시행규칙 개정과 함께 노인요양시설 등의 설립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은 노인복지법에 근거한 시설과 장기요양보험법에 기반한 민간 시설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의 경우 사회복지시설에 해당돼 설립 요건이 상대적으로 까다롭지만 후자는 누구나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더욱이 지자체 간 정보교류가 잘 되지 않아 민간시설 관리에도 애를 먹어왔다. 예를 들어 장기요양보험법에 따른 민간시설의 경우 대구에서 사업을 하다 폐업을 당하면 대전에서 다시 사업을 시작하면 되는 식이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재무회계 규칙을 정해 민간 요양원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인건비 가이드 라인을 법에 포함시켜 요양보호사의 임금 수준 개선과 함께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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