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사망] 카다피 누구인가

무아마르 카다피는 현존하는 전세계 집권자 중 가장 오랫동안 철권통치를 이어온 인물이다. 1969년 9월 1일, 아랍세계를 풍미하던 범아랍주의 사상에 물들어있던 27세의 리비아 육군 대위 무아마르 카다피는 당시 국왕 아드리스 1세가 신병치료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젊은 장교들을 모아 무혈 쿠데타를 일으켰다. 곧바로 왕정을 폐지하고 혁명평의회가 지배하는 리비아아랍공화국을 세운 그는 혁명평의회 의장이자 국가원수, 군사령관으로서 권력을 장악했다. 그의 반서방 정책 때문에 영국군과 미군은 리비아에서 철수했고, 외국 자본은 추방됐다. 이후 아랍통합 운동의 선봉에 섰지만 통합 아랍국이 실패로 돌아가자 독자의 길을 걷게 된다. 1977년 인민권력 체제 ‘자마히리야’를 선언하며 독재체제를 공고히 했다. 서방에서 벌어진 각종 테러사건의 배후로도 지목되며 미국과 영국 연합국으로부터 2차례에서 걸쳐 대규모 보복 공습을 받게 된다. 지중해 연안 도시인 시르테의 유목민 부족 출신인 그는 기행과 모순을 일삼은 독재자로 불렸다. 처녀로만 구성된 중무장 여성 경호대, 미모의 우크라이나 출신 간호사 없이는 여행하지 않는 습관, 2009년 뉴욕 유엔 총회 당시 유목민풍의 텐트를 숙소로 고집한 일화 등은 유명하다. 40여 년 간의 독재정치에 대한 분노는 올 초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재스민 혁명 등 반정부 분위기와 맞물리며 내전을 촉발시켰고, 반군이 결국 그의 고향 시르테까지 장악하며 최후를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