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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안전도 국가 책무… 건보처럼 비용 지원해야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


"제가 ○일에 귀사 제품으로 해킹 시연을 할 겁니다. 미리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협박전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전화를 받는 기업들은 가슴이 철렁 한다. 그가 예고한 날 어김없이 TV 뉴스에 해당 제품이 해킹당하는 장면이 방영된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최근에는 인터넷TV(IPTV)와 아파트 내장 스피커를 해킹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이처럼 불편한 진실을 알리고 있는 이 사람은 바로 임종인(사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이다. 임 원장은 1980년 암호학에 입문한 후 줄곧 30여년간 정보보안 연구에 매진했다. 그는 보안의식 개선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지난해에는 국방부와 함께 고려대에 사이버안보과를 개설하며 사이버 국방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그가 원장을 맡고 있는 정보보호대학원에서는 전자동화되는 모든 장비들의 해킹을 시도해 관련 업계가 보안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경각심을 일깨우고 필요할 경우 보안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임 원장이 알려주는 불편한 진실을 반기지 않는 게 현실이다.

4일 고려대 미래기술융합관에서 만난 임 교수는 "지난해 자동차 해킹 후 해당 제조사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았다"며 "반면 벤츠와 도요타 자동차안전연구팀에서는 기술제휴를 요청 받았다"고 귀띔했다.

스마트폰 보안 문제 역시 그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2011년 4ㆍ4분기 1,000건에 머물렀던 스마트폰 악성코드 적발 건수는 지난해 동기 35만건으로 급증했다. 또 올 들어 처음으로 스마트폰에 악성코드를 심거나 애플리케이션을 몰래 설치해 통화내용을 도청하고 문자메시지까지 빼낸 일당이 잇따라 검거되면서 논란이 일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체불명의 앱을 주저하지 않고 설치한다. 스마트폰 해킹이 급증하고 있는 이유다.

임 교수는 "보안 문제는 창과 방패의 싸움인데 1년에 3만건씩 만들어지는 고난도 악성코드를 모든 백신이 막을 수는 없다"며 "결국 범죄예방을 위해 늦은 밤 외출을 삼가고 낯선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처럼 정체불명의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e메일 첨부파일을 함부로 열어보는 행동을 삼가는 게 첫 번째 보안수칙"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보안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설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임 교수의 스마트폰에는 3개의 백신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다. 패스워드는 수시로 바꾸고 중요한 e메일을 보낼 때는 반드시 암호화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임 교수처럼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국가의 책무라면 사이버 안전도 국가가 지켜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강보험을 통해 국가가 일부 의료비를 보전해주고 프리미엄을 개인이 지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보안 서비스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거나 소득공제 등 세제혜택을 제공해 전국민이 기본적인 보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국가에서 기본적인 사이버 보안 인프라를 구축하면 민간 기업들이 부가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식으로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며 "대기업들이 협력사를 선정할 때도 제3기관을 통해 보안수준을 점검하고 보안수준이 높은 기업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을 채택한다면 기업 전반의 보안수준도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보안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보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국이 진정한 정보기술(IT)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기업이 판매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정보가 줄줄 새 나간다면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를 돈 주고 사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며 "보안의식이 높아질수록 가격경쟁력은 물론 보안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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