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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난 거부가 꾸준히 들락날락 한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툭하면 점을 보러 미아리고개 점성촌을 찾는다고 하더라고. 알고 봤더니 그 사람이 얼마 전까지 한동안 신문과 방송에 수도 없이 오르내리던 이국철 SLS 회장이었어요(역술인 홍모(53)씨)." #. 6년째 사법고시에 매달리고 있는 정모(26)씨는 원래 독실한 기독교인이다.'못 배운 자들의 미신'이라 폄하하며 점집은 얼씬도 하지 않았지만 사법고시에 한두해 낙방이 이어지면서 굳건하던 신앙도 옅어졌다. 연초마다 역술인을 찾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그는'대기만성형'이라는 한 역술인의 말을 굳게 믿고 있다. 최근 한반도와 세계를 뜨겁게 달군'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뉴스와 함께 김 위원장의 사망 을 예언했던 역술인들도 화제를 모았다. 21세기에 진입한지 10여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점(占)'의 위력은 가실줄은 모른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정치적 격변 등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점'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고실업 등에 시달리고 있는 20~30대 젊은층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검색할 수 있는 ' 하루의 운세'나 점과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끄는 등 갈수록 각박해지고 어두워지는 세태의 한편을 쓸쓸히 반영하고 있다. ◇연말연시 '의례'…이제는 연령대도 다양= 연말연시는 '점 마니아'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 홍익대 근처에서 타로점집을 운영하는 김모(33)씨는 "12월에서 2월 사이에는 평소보다 매출이 두 배 이상 급증한다"며 " 타로점집이나 사주카페의 경우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고객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전했다. 미아리고개 점성촌의 터줏대감인 홍씨는 "요즘은 연말연시인데다 총선과 대선까지 앞두고 있는 어수선한 상황이라 점집을 찾는 발걸음이 더 늘었다"고 소개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사정이나 가족의 건강 등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는 중년층 이상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점 문화가 최근에는 재미 삼아 즐기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연령대로 침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팍팍한 현실 방증…일종의 '현실 도피처'='점'에 대한 의존이 줄지 않는 바탕에는 고단하고 팍팍한 현실이 깔려있다. (51) . 성북구에서 철학관을 운영하는 역술인 구모(58)씨는 "미래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점집을 현실 도피처로 여기며 대리만족을 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교수는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급작스럽게 변하는 '예측 불가능'의 사회"라며 "한국에 유독 점괘나 사주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이 같은 사회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관련 앱도 인기=사주·운세에 관련된 앱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SK T 392(2011 1223). 12 20 60 5,000. 20% . LG유플러스의 앱 장터인 U+앱마켓에도 200여 종의 운세 관련 앱이 마련돼 있고 누적 다운로드 50만 건 안팎의 앱들이 속속 늘어나는 중이다. LG유플러스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운세 관련 앱도 하나 둘씩 개발되기 시작하고 있으며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에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흑룡의 해'라는 설과 '물'기운이 너무 강해 좋지 않은 일이 많을 것이라는 상충되는 주장이 나오면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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