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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말이 아닌 장군을 쏘라
입력2005-07-14 16:26:26
수정
2005.07.14 16:26:26
정두환 기자 <부동산부>
“정부 대책이 지금까지와는 강도가 다를 것 같네요. 시장도 일단 숨을 죽일 수밖에 없겠죠.”
최근 급등세를 멈춘 강남 집값을 두고 현지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가 나름대로 분석한 이유다. 다른 곳에서도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는 8월로 예정된 부동산종합대책 마련을 위한 정부 대책의 밑그림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종합대책안 마련을 위해 지난주 처음으로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4대 정책기조가 마련된 데 이어 지난 13일 열린 2차 협의회에서는 세제강화 논의가 이뤄졌다. 집값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세제개편안은 아직 더 다듬어져야 하겠지만 고가ㆍ다주택 소유자에 대해 무거운 세금을 물리겠다는 ‘세금폭탄’ 정책의 구상은 마련된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도 움찔하는 분위기다. 급등세가 멈췄고 일부 지역에서는 집값이 소폭 꺾이면서 중개업소에 ‘급매물’이라는 단어도 나붙고 있다.
이쯤 되면 시장에 끌려다니며 그동안 궁색한 변명에 급급했던 정부도 “그것 봐라”며 조금은 기가 살아날 듯한 분위기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 가격이 조금 내렸다는 곳, 즉 정책효과가 나타난 곳은 당초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선언했던 곳이 아니다. 강남 중심부가 아닌 외곽지역에서 ‘세금폭탄’의 효과가 먼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 부동산중개업소측은 “대치동 일대에는 여전히 매물이 없다”며 “있는 집을 처분하라면 강남 집을 먼저 팔겠느냐”고 되묻는다. 세제를 강화하면 외곽지역의 매물이 늘어나 오히려 강남 집값과의 격차만 더 벌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장군을 잡으려면 먼저 말을 쏘라’는 속담이 있다. 주변부를 공략해 중심부를 무너뜨린다는 오래된 병법 중 하나다.
하지만 서민들이 원하는 부동산대책은 ‘말’이 아닌 ‘장군’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대책이다. 주변부에 선(先)효과가 나타나는 대책은 오히려 대중의 심리적 저항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제를 포함한 정부의 정책이 다주택 보유자가 ‘남는 집’을 팔도록 하는 게 아니라 ‘강남의 집’을 팔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달로 예정된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 발표 때는 ‘말’이 아닌 ‘장군’을 직접 쏘아 맞힐 수 있는 화살이 쏟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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