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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양보" 안팎비판 거세다
입력2002-04-23 00:00:00
수정
2002.04.23 00:00:00
하이닉스반도체가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우여곡절 끝에 맺은 양해각서(MOU)의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매각의 기본원칙에 합의한 상태에서 소액주주와 하이닉스 노조는 물론 채권단 내부의 반발도 당초 예상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여기에 양측이 맺은 MOU 세부 내용과 관련, 정부와 채권단의 협상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도 들끓고 있다. 일부에서는 '매각 무용론'마저 비등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이크론, 하이닉스에 사실상 '노비문서' 요구
23일 새로 드러난 MOU 내용을 보면 이번 협상의 문제점에 대한 심각성이 더욱 커진다. MOU 사본에는 공식 발표한 내용외에 상당부분 하이닉스측에 불리한 내용이 추가로 담겨 있다.
우선 마이크론으로부터 고용 제안을 받은 메모리 부분 근로자의 85%가 동의할 것을 본계약의 선행조건으로 내걸었다.
마이크론으로선 인수후 안정적 생산을 위해 담보장치를 만들자는 의도이지만, 역으로 해석하면 마이크론이 사실상 하이닉스 근로자에게 일종의 '노비 문서'를 요구한 것이나 진배 없다.
또 앞으로 7년 동안 하이닉스가 어떤 메모리반도체 사업에도 직ㆍ간접적으로 종사하지 않도록 했다.
다만 마이크론과의 협의 아래 ▦내장(Embedded) 메모리반도체 장치의 설계ㆍ생산ㆍ마케팅ㆍ판매 ▦제3자를 위한 파운드리 서비스 등을 영위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닉스로서는 매각과 동시에 메모리 사업으로부터 반영구적으로 '추방'당하게 되는 셈.
이밖에 마이크론이 인수하는 메모리법인에 대해 한국 정부는 '고도기술감면' 방식의 조세감면 혜택을 주기로 했다.
◇노조 파업ㆍ소액주주 반발
MOU 체결 발표 이튿날 하이닉스 노조는 하이닉스와 관련된 모든 연합단체와 연대투쟁,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MOU에서 하이닉스 근로자의 85% 이상이 고용 승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MOU가 무효화하도록 돼 있어 노조측도 이번 협상의 일정부분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게 됐다.
노조의 이 같은 반발은 하이닉스 협상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기에 소액주주들도 MOU 체결이 발표되자 마자 본격적인 반대 투쟁이 나서고 있는 싱황이다.
채권단은 한때 소액주주에 대한 주식 매수청구권을 주지 않기 위해 물적 분할 방식을 검토했으나, 법률 검토 결과 불가능한 것으로 판가름났다.
◇높아지는 매각 회의론
양측은 MOU 체결의 전제 조건으로 채권단 전체회의와 이사회의 승인을 달았다. 문제는 MOU 사본이 공개된 후 채권단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것.
투신권은 물론 일부 은행권에서 조차 매각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현재로선 채권단의 75% 이상 찬성을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한 협상 관계자는 "막판 협상의 주도권이 정부로 넘어가면서 지나치게 마이크론에 양보한 느낌이 있다"며 "좀더 시간을 갖고 임했어야 옳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안팎에서는 이번 매각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50%도 채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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