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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재정적자와 금리

손성원 美 웰스파고은행 부행장

내수경기 침체와 수출부진에 직면하자 노무현 정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30년대 실시했던 정책과 유사한 한국판 ‘뉴딜정책’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지금 한국경제의 상태는 뉴딜정책이 실시됐던 당시의 미국경제보다 훨씬 양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은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가 그동안 오랜 침체기를 겪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경제ㆍ사회적 비용 또한 많이 증가했다. 그러나 재정적자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금리상승과 같은 대가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예산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국에서는 막대한 재정적자가 경제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9월 “구조적인 재정적자 문제가 장기적으로 금리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며 재정적자 증가가 경제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은 재정적자 증가가 추가적인 국채발행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금리를 상승시키며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국채발행은 채권가격을 떨어뜨리며 결과적으로 금리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재정적자 증가에 따른 금리상승은 기업들의 자금조달비용을 늘려 투자를 위축시키는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같이 정부의 국체발행 확대가 민간기업의 자금조달을 위축시키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라고 부른다. 하지만 지난 2년간 미국의 재정적자가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고 국채발행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는 거의 변동하지 않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2003 회계연도 초반 미국 장기금리는 약 4% 정도를 기록했고 2003년 6월에는 3.13%로 떨어졌다. 재정적자가 늘어나는데도 금리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든 변수들이 같다면…’이라는 의미의 ‘기타 여건의 불변성(Ceteris Paribus)’ 가정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는 곧 주어진 여건이 변할 경우 과거의 경험에 입각한 경제현상에 대한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장 간단한 예는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도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과 같이 테러나 전쟁에 대한 공포가 여전한 상황에서는 소득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재정적자와 금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금리를 전망하는 데 있어 재정적자 외에 추가로 고려돼야 할 요인은 바로 물가에 대한 기대심리다. 지난 2년간 시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2% 이하의 매우 낮은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해왔고 이 점이 재정적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미국의 금리하락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외국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주로 일본ㆍ중국 등 외국 중앙은행들은 대미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막대한 달러를 미국 국채 등에 재투자했다. 이 같은 외국 중앙은행들의 국채수요로 미 국채의 수익률은 펀더멘털보다 0.5%포인트 가량 저평가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저금리 상황은 정부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적자재정을 늘리도록 만들 수 있다. 2004 회계연도 동안 미국정부는 3,220억달러의 이자비용을 지출했다. 이는 미국이 재정흑자를 기록하던 2000 회계연도의 이자비용 3,620억달러보다 11% 감소한 것이다. 또 미국의 이자비용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감소세를 보이는 등 금리하락에 힘입어 재정적자에 대한 비용이 줄어들 수 있었다. 그러나 FRB의 긴축기조와 장기금리의 상승 전망 등을 감안할 때 2005 회계연도의 이자비용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면 한국정부도 뉴딜정책에 따른 금리상승과 이에 따른 비용증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일까. 물론 장기적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앞서 생각해야 할 것이 분명 있다. 그것은 뉴딜정책으로 경기침체 기조를 확실히 멈추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경기침체에 따른 경제ㆍ사회적 비용은 재정적자 증가에 따른 비용보다 훨씬 크고 심각하다. 결국 뉴딜정책의 목적은 소비와 투자를 되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정부가 경제를 살리는 일에 주력하고 있고 이를 위한 진지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시장의 신뢰를 얻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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