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선물 보따리' 들고 올까

북핵 6자 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3일 오전 경기도의 한 미군 비행장에서 미 군용기를 통해 평양에 도착, 2박3일간의 방북 일정을 시작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평양에 도착한 직후 “지금 직면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면 미국의 입장도 개선되고 비핵화 과정이 이뤄지면 외교관계 설정 문제에서도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힐 차관보는 5㎿ 원자로와 핵 재처리시설, 핵 연료공장 등 평안북도 영변 3대 핵시설 불능화 현장을 둘러보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만나 이번 방북협상의 핵심 의제로 거론되는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힐 차관보의 북한 방문에는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은 이번주 말 베이징에서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북핵 6자 회담에 앞서 북 측의 핵 프로그램 신고추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가 주목된다. 북한은 그동안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이번 힐 차관보의 방북을 계기로 태도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방북에 앞서 한국에 머물렀던 힐 차관보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목록 초안을 작성하고 중국에 넘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의 방북기간 중 북한이 UEP 등과 관련된 의혹을 충분히 해명할 경우 북핵 6자 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이미 각국에 통보한 대로 이르면 오는 6일께 6자 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북핵 불능화의 대가로 북한이 미국에 요구한 테러지원국 해제 및 적성국 교역법 대상목록 삭제 등도 해결될 공산이 커진다. 하지만 UEP 등에 대해 북한 측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6자 수석대표회담 연내 개최, 테러지원국 해제는 물론 내년부터 시작하기로 한 북핵 완전폐기 일정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힐 차관보는 이번 방북기간 중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해 완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 군부를 직접 만날 것으로 알려져 북핵 신고 문제가 그의 방북을 계기로 어느 정도 매듭지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힐 차관보는 이번 방북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휴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힐 차관보의 체류기간 중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