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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3월 9일] 盧 전대통령에 묻고싶다

유영옥(경기대 국제대학장)

국가정보원의 개정법안을 상정해놓고 있는 시점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삼일절인 지난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민주주의의 관용과 상대주의’라는 제목의 글에서 자신은 국가보안법에 반대한다는 글을 올려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대통령 재임 중에도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에 보내자”라고 해 비난 받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글을 통해 “김수환 추기경님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 문제나 국가보안법 문제에 관해 말씀하신 내용을 보면서 민주주의니, 관용이니 하는 것이 말로는 하기 쉬운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정치문화로 정착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거듭 확인하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국보법 폐지 등 언급 파장
고 김수환 추기경은 2004년 9월14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가 주최한 ‘하상 신앙대학’ 특강에서 “남북한 교류협력이 늘고 있지만 남한을 적화 통일하겠다는 북한의 생각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대통령과 정부ㆍ열린우리당은 국민다수가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는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 추기경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 교수 사건과 관련, “대학 교수라는 지성인이 어떻게 자유가 없는 김정일의 독재체제하에 있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필자는 김 추기경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노 전 대통령이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왜 이런 글을 올렸는지 그 저의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는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한 직후에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방어용”이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 강 교수 사건과 관련, 민주주의사회라면 그 정도의 발언은 용납돼야 한다면서 “김 추기경 같은 분마저도 납득하지 않으셨으니 앞길이 얼마나 험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 강 교수와 같은 발언이 국민들 사이에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 전국을 휩쓴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를 생각해봤는지를 묻고 싶다. 또 냉전 시대의 안보개념은 국방ㆍ외교를 핵심으로 하는 개념으로 사용됐으나 탈냉전 시대인 다극화ㆍ세계화 시대에는 국가안보뿐만 아니라 마약ㆍ기근ㆍ질병ㆍ자연재해ㆍ환경오염 등의 위협 요소까지도 포함된다. 안보 개념에 인간의 자유와 개개인의 삶을 최대한으로 영위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에 대한 자유가 모두 포함되는 이때 전직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에 반대한다고 한 말은 이해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은 또 “민주주의의 원리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용’입니다. 다수결은 결코 만능의 방법이 아닙니다”라며 “그러므로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는 다수결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입니다”라고 했다. 물론 그의 말대로 ‘관용’과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에 다수결의 원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란 소수의견의 존중, 반대의견의 자유도 있지만 다수결의 원칙이 보장되는 국가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국민들에게 얼마나 ‘관용’을 베풀었는가도 회상해보기 바라며 혹시나 다수결이라는 용어가 야당 의석 수를 염두에 두고 야당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 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노 전 대통령은 그의 글에서 다수결ㆍ관용ㆍ상대주의 등을 강조했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기득권 세력은 옳지 않는 집단으로, 반대진영은 타협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집단으로 상징화한 면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회에 반목의 불씨 던지지 않길
결론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글은 부당성과 비논리적으로 구성돼 있으며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은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 관용의 원리를 훼손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또 그는 글에서는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으나 그의 글로 인해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반목과 질시를 유발시키고 있다.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존중해야 할 전직 대통령의 현실정치 참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다. 경제의 어려움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이때 국가의 안전보장과 발전을 위해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그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정에 협조하고 바람직한 언행과 글로 진정한 국민의 리더가 돼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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