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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8월 22일] 나로호 발사 이후가 더 중요하다

나로호가 카운트다운 도중 발생한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발사가 중단된 다음날인 지난 20일 오전,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내 프레스룸에서 발사 중단 원인을 설명하는 브리핑이 열렸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이 한ㆍ러 비행시험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전한 이날 브리핑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배석해 나로호 발사를 중지시킨 기술적 문제에 대해 부연설명을 했지만 러시아 측 관계자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18일과 19일에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기자들 사이에서는 ‘발사 현장에까지 와서 러시아 사람 그림자도 못 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나로호는 국내 첫 우주발사체지만 상당 부분 러시아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1단 로켓(하단)은 러시아가 제작한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고 이번에 문제가 된 자동발사 프로그램도 러시아가 제공한 것을 약간 수정한 것이다. 특히 1단 로켓 엔진은 오는 2011년 발사 예정인 러시아 우주발사체 ‘앙가라호’에 사용하기 위해 새로 개발한 것으로 나로호가 사실상 첫 시험무대가 되는 셈이다. 러시아의 로켓 발사 성공률이 90%가 넘는다지만 일말의 불안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상상하기는 싫지만 만약 나로호가 발사에 실패할 경우 모든 책임을 우리 정부나 항우연이 뒤집어 쓸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나로호가 발사 후 폭발하거나 궤도에 올라가지 못할 경우 당초 계약대로 다시 1단 로켓을 제작해 추가발사 때 공급하기만 하면 된다. 발사 후 폭발하더라도 1단 로켓은 러시아가 수거해가기 때문에 정확한 사고원인 규명도 러시아 측 발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천기술이 없는 나라의 비애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우주개발에 2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나로호 개발에만 5,000억원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1단 로켓과 발사 시스템 등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는 오는 2018년까지 한국형발사체를 독자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나로호 개발과정에서 상당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했다고는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나로호 발사가 우주인 배출처럼 하나의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주개발에 대한 전국민적인 관심과 지지를 모으고 원천기술 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 확대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 당장은 나로호 발사 성공에 집중해야겠지만 발사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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