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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의 '약탈적 대출'

올 들어 가계 파산의 경고음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소득보다 훨씬 많은 돈을 빌린 가계가 상당수인 마당에 대출 금리 상승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렇다면 일부 가계가 원리금 상환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차별 대출을 해줬던 은행들은 어떨까.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가계가 파산하면 담보로 잡은 주택을 팔아치우면 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금융기관이 갚을 수 없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약탈적 대출(predatory loan)’이라며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신용카드 사태로 수많은 가계가 수렁으로 떨어진 것도 따지고 보면 금융기관들이 ‘길거리 모집’이다 뭐다 하면서 미성년자에게까지 ‘묻지마’ 발급을 해준 탓이 아니었던가. 과거 집값이 폭등할 때 정부가 내놓은 담보인정비율(LTV) 제도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약탈적 대출 관행에 면죄부를 줬다”고 반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뒤늦게 선진국에 일반화된 총부채상환비율(DTI), 즉 소득에 따라 대출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처럼 국내 금융권은 예나 지금이나 당장 돈이 되는 부문에 떼거리처럼 몰려다니며 한국경제를 교란시키고 있다.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린 게 대표적이다. 더구나 증시로 예금이 빠져나가자 대출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늘리면서 시중 금리가 급상승하고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돈이 없으면 대출을 줄이면 되죠.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들이 입만 열만 ‘리딩뱅크’를 강조하는데 어떻게 과당경쟁을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자금시장의 경색도 각 은행 CEO들의 실적 과시나 연임 욕심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게 한 은행권 인사의 설명이다. 최근 외환 스와프 시장의 혼란이 극심해지면서 은행권은 “달러(외환보유액)를 공급해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원화 강세를 예상해 은행들이 달러를 팔아치운 게 불과 두세 달 전이었다. 지금은 환율 시장이 거꾸로 움직여 손실을 입게 됐으니 금융통화 당국이 책임지라는 소리다. 과거에는 수익성에만 매달려 약탈적 대출을 일삼더니 이제는 국가경제의 안정을 이유로 국부마저 헐어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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