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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공약과 정책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을 놓고 논쟁이 뜨겁다. 공약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공약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경제가 더 꼬일 수 있다는 지적에 이르기까지 백가쟁명이다. 최대논쟁은 역시 부동산정책이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다음날부터 부동산시장은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는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호가가 크게 뛰고 있다. 대선 전부터 부동산정책은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새 정부에서는 부동산 세금과 정책이 바뀌리라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측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재건축의 건폐율ㆍ용적률완화와 같은 건축규제를 대거 푸는 방안을 꺼내면서 시장은 생각보다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어제 열린 한국경제학회도 이 문제가 집중거론됐다. ‘대통령 당선자 경제공약의 현실성 검증과 제안’이란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부동산가격이 폭등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이 당선자 참모들이 시간을 갖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지만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한반도 대운하건설도 논쟁거리다. 국내의 높은 물류비 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운하개발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재원이고 효율성이다. 우리보다 운하를 먼저 개발한 독일은 투자비에 비해 수익성이 너무 낮고 환경에도 부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은 운하의 필요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운하개발 후 주변지역 땅값 급등도 염려스런 대목이다. 참여정부에서 행정ㆍ혁신ㆍ기업도시다 해서 전국 땅값이 치솟았는데 새 정부는 운하개발로 또 땅값이 뛰지 않을까 걱정이다. 신용불량자 대사면 조치도 무리한 공약이라는 지적이 많다. 당선자는 금융소외자들이 비제도금융권에 진 빚까지 신고받아 재조정해주고 신용불량자와 신규 신용회복대상자의 연체기록을 모두 말소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활동인구 5명 가운데 1명꼴로 신용불량자인 점을 감안할 때 신용회복문제는 국가가 풀어야 할 과제이긴 하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에서도 경험했듯이 원칙없는 신용불량자구제는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신용을 근간으로 하는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해야 한다. 취지는 좋지만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보완이 요구된다. 7%성장ㆍ300만개의 일자리창출 공약이 실현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당선자는 규제완화ㆍ투자촉진ㆍ법인세인하 등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수년째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고용사정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는 하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지 못한 기업 내부의 문제도 있고 새로운 기술발전과 서비스업의 발달로 고용증가율이 과거보다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경기를 단기간에 살리려 할 경우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약은 유권자와의 약속이니 만큼 충실히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공약과 정책은 별개의 문제다. 정책은 어디까지나 현실이고 선택의 문제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모든 계층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정책은 있을 수 없다. 성장을 위해서는 물가를 포기해야 하고 물가안정이 목표라면 성장은 일단 접어야 한다. 정책은 실현가능성이 우선이고 무엇보다 부작용이 적어야 한다. 공약에 얽매여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효과보다는 더 큰 후유증으로 고생한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게 마련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정권을 인수하기 위한 위원회가 닻을 올렸다. 인수위는 당선자의 공약을 면밀히 분석해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수정할 것은 수정해야 한다. 부작용이 크다면 공약을 폐기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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