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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1월18일] 로버트 스콧


1912년 1월18일, 지치고 지친 다섯 명의 사내가 남극점에 도달했다. 로버트 스콧(Robert Scott)이 이끄는 영국 탐험대다. 목표에 도달했다는 기쁨도 잠시. 탐험대는 허탈감에 빠졌다. 노르웨이 국기가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아문센이 36일 전 남긴 편지와 함께. 절망이 발길을 누른 탓일까. 귀환길의 스콧 일행은 전원 얼어죽었다. 스콧의 실패 요인은 준비 부족. 극지탐험 경험 출판으로 얻은 명성, 범국민적 지원을 안고도 서두르는 통에 경쟁에서 졌다. 반면 재정이 빈약했던 아문센은 탁월한 피복ㆍ이동수단 선택과 치밀한 보급지ㆍ탐험경로 선택으로 승리를 따냈다. 아문센이 고의로 스콧의 방심을 유도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사전 대비의 차이다. 중요한 점은 역사의 평가. 역사는 패자인 스콧을 더 기억하거나 최소한 아문센과 동격으로 쳐준다. 승자만을 알아주는 역사의 속성과 한참 다르다. 왜 그럴까. 탐험대가 보여준 의지와 명예의식 때문이다. 죽음의 여정에서도 그들은 길을 돌아 채집한 지질견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동상으로 대열에서 처지자 ‘볼일 보러 나간다. 오래 걸릴 것 같다’며 동료의 짐을 덜어준 대원도 있다. 스콧은 그를 ‘신사답게 처신했다’고 일기에 적었다. 최후의 순간에도 그들은 안락사할 수 있는 모르핀을 ‘영국인답지 않다’고 거부하며 자연사를 택했다. 스콧 일행의 시신이 확인된 후 영국은 국왕과 총리가 나서 국가장으로 장례를 치렀다. ‘경솔한 판단으로 동료를 죽음에 몰아넣었다’는 유족들의 오열 속에 스콧은 넬슨에 버금가는 명예를 안았다. 독일의 부상과 1차대전의 전운에서 ‘영웅 스콧’은 영국을 하나로 묶었다. 패배지만 불굴의 패배가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응집원으로 승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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