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 업체들과 합작 사업을 더 선호했던 이들은 이제 '기술 유출 우려가 크다'며 현지 업체와 파트너쉽을 공개적으로 꺼리기 시작했다.
중국 제조업 시장은 자동차나 에너지 등 주요ㆍ기간산업 등을 제외할 때 대부분 외자에 개방돼 있지만, 외국기업들은 현지화나 인맥확보 등을 이유로 상당수 합작사업을 벌여왔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기술 이전에 동의하고 조인트 벤처 형태로 중국에 진출해 왔던 글로벌 기업들이 현재 지적재산권 보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며 "제조단가 등 비용 상 손해를 보더라도 기술 유출을 막자는 게 달라진 목표"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업체들은 제조 과정을 각지로 분산하거나 기술파일의 암호화 단계를 높이고 자사 파견 직원 수를 늘리는 등 각종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정보 유출을 막고 있다.
WSJ은 이어 "서구 업체들은 이제 무조건적인 중국 진출을 꺼릴 뿐 아니라 현지 파트너를 두려 하지도 않는다"며 "중국 업체를 통째로 사들이거나 단독으로 진출하는 업체가 급증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에서 때아닌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현지 업체들의 경쟁력이 글로벌 업체를 위협할 수준으로 부쩍 성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합작기업에 암암리에 특혜를 부여해온 당국도 최근 자국기업 선호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적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의 위르겐 함브레히트 최고경영자(CEO)와 페터 뢰셔 지멘스 CEO는 지난달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기술이전과 관련된 불만을 제기했다.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회장도 지난 6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한 비공개 모임에서 "중국 사업이 역풍을 맞고 있다"며 당국의 보호주의에 불만을 토로했다.
GE는 당초 중국의 한 국영 에너지기업과 올해 중반을 목표로 조인트벤처 결성을 추진했지만 아직 성과를 못 거둔 반면 이 국영기업이 발주한 사업권은 경쟁기업에 빼앗기는 등 현지에서 잔뜩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밖에 모토롤라는 기술 도용을 이유로 중국 최대 이통업체인 화웨이를 제소한 상태고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MS) CEO도 "중국의 불법복제는 혀를 내두를 수준"이라며 중국을 벗어나 인도ㆍ인도네시아 등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곽복선 코트라 중국사업팀 부장은 "중국은 그렇다고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거대 시장"이라며 "최첨단 고부가가치 업종을 육성하고 친환경 등 현지 유망산업에 대한 유관기관의 지원을 확대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여 앞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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