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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등 주로 피부에 문제를 일으켜온 것으로 알려진 새집증후군이 콧속 점막을 자극해 후각기능을 떨어뜨리고 알레르기성 비염을 일으키는 등 코 질환도 심각하게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는 환자나 유아, 노인이 이런 유해물질에 장기 노출될 경우 축농증, 후각장애로 악화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새집에 들어갈 경우 실내 습도와 온도를 적당히 조절하고 자주 환기해 실내 유해물질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한 것으로 지적됐다. 22일 한림대의료원 춘천성심병원과 이비인후과 박찬흠 교수팀과 강원대 환경과학과 김만구 교수팀이 춘천시내 신축아파트에 거주하는 4가구 14명을 한 달여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모두가 콧속 점막이 붓는 등 비강기능이 저하됐고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면역항체가 증가했다. 새집증후군은 새로 지은 건물에서 거주할 때 건축자재와 접착제 등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 앓게 되는 질환이다. ◇ 코점막 붓고 코막힘 심해져 이사 1주일 후 새집에서 측정된 이들 가구의 실내 공기속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이사전보다 평균 5배 높았으며 포름알데히드 농도는 1.9배 높았다. 특히 이중 인체에 발암성이 있다고 알려진 톨루엔, 메틸에틸케톤, 에틸벤젠, 자일렌, 스타일렌 등 5개의 개별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이사 직후에 평균 13.4배나 됐으며 한달 후에도 6.3배로 지속됐다. 이사 1주일 후 콧구멍 디지털카메라 및 내시경검사를 대상자들에게 실시한 결과 이사 후 대체적으로 콧속 내 점막의 부종(붓는 것)이 심해지고 분비물이 증가됐다. 또한 냄새를 맡거나 구별할 수 있는 후각 기능도 점차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에 염증이 생길 때 콧물과 함께 증가하는 백혈구 일종인 호산구도 늘어났다. 콧구멍 속의 호흡 면적을 나타내는 콧속 내의 최소 단면적과 체면적도 감소돼 코막힘 증상이 유발됐다. 혈액검사에서는 콧속 점막을 자극할 수 있는 원인물질(항원)의 수가 증가했으며,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면역항체인 면역글로블린E의 수치도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내의 유해물질이 항원으로 작용해 인체 내 면역력에 영향을 주어 콧속 점막의 과민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 알레르기질환ㆍ축농증 등으로 악화될 수도 박찬흠 교수는 “실내의 여러 가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콧속 내 점막을 자극해 재채기, 코막힘, 콧물 등 비(鼻) 과민성의 증가 및 후각기능의 변화를 가져와 알레르기성 비염과 후각기능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또 “알레르기 비염환자나 소아, 노인의 경우에는 이러한 유해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알레르기 질환, 부비동염(축농증), 후각 장애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며 “실내 습도와 온도를 적당히 조절하고 환기를 자주 시켜 실내 유해물질을 최소화시하고, 질환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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