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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6월 25일] 진정한 조선강국이 되려면…

“한국이 진정한 글로벌 조선 강자가 되기 위해서는 작지만 강한 조선업체들을 육성해야 합니다.” 최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세계적인 조선ㆍ해운박람회 노르시핑에서 만난 김호충 대한조선 사장의 말이다. 대형 조선업체에서 평생을 조선업에 바쳐온 김 사장은 몇년 전 높은 연봉과 임기가 보장된 대형 업체의 고위직을 마다하고 지방에 새로 설립되는 조선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대한조선은 자금난에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결국 워크아웃기업으로 분류돼 김 사장의 ‘꿈’은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는 왜 굳이 힘든 길을 택했을까. 그는 “우리나라는 세계 톱 수준의 조선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풀뿌리가 돼야 할 탄탄한 중견기업은 거의 없다”며 “특정 선종에 대해 차별화 된 경쟁력 있는 조선기업을 육성해야 조선 맹주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선박 수주량 기준으로 전세계 10위 조선업체 중 국내 기업은 총 7개사에 달한다. 글로벌 톱 무대는 한국이 독차지한 셈이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세계 30대 조선기업 중 국내 기업은 11개로 전체의 3분의1 정도에 그치고, 100개 기업으로 넓히면 겨우 19개로 20%에도 못 미친다. 차별화된 경쟁력은 기업의 규모에 관계없이 영속성을 담보해주는 핵심 역량이다. 조선업계도 마찬가지다. STX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유럽의 크루즈선 전문 조선소인 STX 유럽 핀란드 트루크 조선소는 지난 1737년 설립해 올해로 창립 272주년을 맞는다. 3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 회사의 주인은 무려 14번이나 바뀌었다. 하지만 크루즈 전문사로서의 경쟁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유럽에는 이 같은 조선기업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일본 역시 특정 선종과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즐비하다.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대회에서 준우승을 일궈낸 한국 야구대표팀에 해외 언론들은 주저없이 ‘기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하지만 ‘기적’이라는 말 속에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선수층이 턱없이 얕은 한국이 준우승을 달성한 것은 우연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숨어 있다. 한국 조선업계의 ‘조선업 맹주’라는 명예가 우연이 되지 않으려면 두터운 선수층과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중소 조선업계 구조조정도 단순히 부실 회사를 솎아내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중견 기업을 가려내 위기를 극복하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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