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선거 사상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당에 포위되는 비운(?)을 맞게 됐다. 민주당이 시의원은 물론 서울시내 구청장 자리도 거의 휩쓸었다. 특히 서울시의회가 여소야대가 된 것은 지난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의원 106석 중 민주당이 79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됐고 한나라당은 27석을 얻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서울시의장도 배출하게 됐다. 지난번 선거에서 교섭단체 요건(10명)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겨우 명맥만 유지했던 것과는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다. 오는 7월 출범하는 제8대 서울시의회가 그 어느 때보다 시정감시와 견제기능을 강화할 것이란 사실을 암시한다. 한강르네상스, 디자인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등 오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분야는 물론 교육과 복지정책 등에서도 양측의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 오 시장이 지난 3일 재선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야당 구청장과 시의원이 많아서 협의와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변화된 역학구도를 의식했기 때문이리라. 한마디로 그리드락(Gridlock)이다. 이는 교차점 등에서 사방에서 진입한 차량들이 엉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정치 상황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을 나타낸다. 정부가 만드는 정책마다 거대야당이 반대해 제대로 정책이 추진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울시 상황도 앞으로 이럴 개연성이 충분하다. 하지만 이를 최악의 상황이라고 푸념만 할 게 아니다. 서울시민들은 오히려 환영할 수도 있다. 일방통행으로 흐르던 시정이 균형과 견제 속에 최선의 선택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숨겨져 있던 진짜 지도력을 평가 받는 기회일 수도 있다. 서울시민들은 앞으로 야당에 포위된 시장이 어떻게 그 위기를 헤쳐나가고 제대로 된 서울시 정책을 만들어내는지 살펴볼 것이다. 미국 국민들이 레이건 대통령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극심한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최고의 경제 성장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서울시민들도 오 시장에게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하고 여소야대 상황을 만든 이번 지방선거의 의미이기도 하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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