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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일본, 정권은 바뀔수 있지만 파벌정치는 그대로

자민당 마치무라·쓰시마파등 54년 합종연횡 거듭<br>민주당도 비슷… 보스 따라 파벌 영향력도 달라져<br>국민 비판 고조속 정치 풍토 근본적 변화엔 회의적



'마치무라(町村)파, 쓰시마(津島)파, 야마자키(山崎)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야쿠자 조직 이름처럼 들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오늘날 일본 정계를 움직이는 주요 파벌들이다. 일본 정치에서 파벌이란 시대에 따라 구성원들만 바뀔 뿐 언제나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요소다. 일본의 현대 정치는 파벌의 역사였고, 파벌을 이해하지 못하면 일본 정치를 읽을 수 없다. 일본 중의원이 회기를 마치지 못한 채 4년 만에 전격 해산했다. 오는 8월 30일 중의원 선거를 통해 일본 정치사에 첫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인지 관심이지만 이 와중에도 '파벌 중심'이라는 일본 정치의 본질이 과연 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54년을 장기 집권한 자유민주당이 정권을 빼앗길 위기에 몰린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파벌정치다. 국민의 이익보다는 파벌의 이익을 먼저 내세운 결과라는 것. 근래의 일만도 아니다. 일본 국민들은 오래 전부터 정책과 민생보다도 권력 유지에 매달리는 정치인들을 비판해왔다. 도쿄 도의원 선거 참패와 총리 퇴진론 확산으로 위기에 몰린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지난 13일 "21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오는 8월 30일에 총선을 실시하겠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상황 속에서도 자민당 의원들은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해법을 고민하기 보다는 각 파벌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의견을 조율하기에 바빴다. 자민당의 '파벌 체제'는 창당 당시인 지난 1955년부터 출발했다. 당시 자유당과 민주당 등 보수세력들이 연합해 탄생한 탓에 자민당은 애초 파벌들의 모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거대 정당을 유지시키는 데는 억지스러운 통일보다는 파벌들의 공존이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자민당내 정치 파벌들은 창당 직후부터 공천권을 바탕으로 뿌리를 굳건히 다졌고, 충성도 높은 유망 의원에 대한 자금 제공 등을 무기로 점점 입지를 강화했다. 이렇게 지속된 파벌은 '보스'의 정치적 위상에 따라 세력을 키우거나 다른 파벌에 합병돼 사라지기도 했다. 창당 초기 자민당의 파벌은 자유당 계열의 이케다(池田)파ㆍ사토(佐藤)파와 민주당 계열의 후쿠다(福田)파ㆍ나카소네(中曾)파ㆍ미키(三木)파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현재 자민당 최대 파벌인 마치무라파는 후쿠다파를 본류로 하고 있다. 총 89명의 의원이 뭉쳐있으며, 모리 요시로(森喜朗),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아베 신조(安倍晋三),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까지 4차례나 총리를 배출했다. 지금도 마치무라파 내부의 힘겨루기는 일본 정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 초기 강력한 파벌을 형성했던 이케다파는 일명 '고치카이(宏池會)'로도 불리며 영향력을 발휘, 이후 오히라(大平)파ㆍ스즈키(鈴木)파ㆍ미야자와(宮澤)파로 명맥을 이어갔다. 현재는 삼분 오열돼 사토 쓰토무(佐藤勉) 총무상 중심의 고가(古賀)파와 아소 다로 총리 주도아래 모리 에이스케(森英介) 법무상이 합세한 아소파로 나뉘어 있다. 사토파는 다케시타(竹下)ㆍ오부치(小淵)파 등을 거쳐 현재 68명이 소속된 쓰시마파로 거듭났다.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전 총무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농림수산상,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저출산담당 장관 등이 포진돼 있는 쓰시마파는 현재 자민당 2위 파벌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현재의 이부키(伊吹)파와 야마자키파는 나카소네파가 나뉘어 탄생했다. 이부키파는 나카소네 히로부미(中曾根弘文) 외무상,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재무상 등의 거물들이 이끌고 있다. 15명으로 이뤄진 파벌인 고무라(高村)파는 미키파에서 유래했다. 자민당의 최대 라이벌인 민주당 역시 파벌정치에서 자유롭지 않다. 20일 공개된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설문조사에서 민주당은 56%의 지지율을 얻어 54년간 집권한 자민당 독주시대를 끝낼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설령, 정권 교체가 이뤄지더라도 파벌정치의 본색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판 뉴스위크 에디터인 요코다 다카시는 "민주당이 점점 자민당과 닮아가고 있다"며 "민주당도 당내 파벌에 장악돼가는 건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지난 5월 대나무처럼 곧은 이미지로 유명하지만 무파벌인 오카다 가쓰야 (岡田克也) 간사장을 제치고 정치 명문가 출신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가 대표로 선출된 것부터가 파벌 정치의 산물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민주당 내 주요 파벌로는 오자와 이치로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잇신카이(一新會), 하토야마 대표가 이끄는 '정권교체를 실천하는 모임',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대표가 소속된 료운회(凌雲會), 하타 쓰토무(羽田孜) 전 총리 등이 포함된 정권전략연구회(政權戰略硏究會) 등이 있다. 어느 당이 정권을 잡든, 정치 풍토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파벌이 조만간 사라질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지난 2005년 총선 당시 고이즈미 전 총리는 파벌 혁파를 외치며 정치 신인들을 대거 출마시켰다. 하지만 파벌 정치를 혐오하는 일본인들의 정서와, 고이즈미의 인기를 업은 이들 의원은 당선 후 대부분이 파벌에 편입돼 무파벌 의원으로 일본 정계에서 살아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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