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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벤처의 봄'이 오고 있다

유병천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

지루하고 혹독한 ‘벤처겨울’에 한 가닥의 봄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벤처버블이 붕괴된 후 투자자의 신뢰상실과 자금난 등으로 벤처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코스닥 벤처지수는 13분의1 이상이 폭락했고 공식 인정되는 벤처기업 수도 3,000개사가 줄어들었다. 각종 게이트는 벤처기업에 등을 돌리게 했고 벤처캐피탈은 코스닥시장의 침체로 경영압박을 받았다. 벤처기업의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익지표는 취약성을 나타냈고 세계수준의 벤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벤처기업 다수가 도산하고 창업 또한 위축되는 ‘벤처겨울’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벤처업계에 회복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의 상승과 대표적 닷컴기업들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국내에서도 벤처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많은 국내 벤처들이 구조조정과 사업전환에 주력했고 업계 내에서도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 하지만 한번 잃었던 자신감과 신뢰를 하루 아침에 회복하기는 침체의 골이 너무 깊고 최근의 실적호전도 본격적인 ‘벤처의 봄’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다. 벤처업계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벤처가 더 많이 나타나야 하며 벤처가 성장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인프라도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벤처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다양한 경영기법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수익을 확보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부족한 부분을 보강해야 할 것이다. 둘째, 벤처버블 붕괴에 따른 실패경험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업계는 자정노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야 하는 한편 정부는 기술가치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기술과 자금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셋째, 벤처는 기술력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세계시장에 통용되는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현재의 주력 분야와 관련이 있고 시장이 원하는 기술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넷째, 대기업과 벤처의 상생체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 대기업은 벤처를 성장파트너로 인식하고 벤처는 대기업을 활용해 자사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상호 윈윈(win-win)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끝으로 벤처생태계의 질적인 도약을 유도해야 한다. 현대적 의미의 벤처는 독립된 개체라기보다는 교육기관ㆍ타기업ㆍ정부ㆍ지역경제단체ㆍ벤처캐피탈 등 사회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회적 네트워크임을 주지해 벤처가 속해 있는 혁신클러스터를 고도화해야 할 것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은 89년 이후 총 80조원의 보증을 기술력 있는 신기술사업자에 지원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외환위기에는 33조원의 보증을 중소ㆍ벤처기업에 집중 지원해 벤처업계의 기반 붕괴를 방지한 바도 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지원효과는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의 21%, 코스닥 등록기업의 69%를 지원한 결실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면에는 손실에 따른 재정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원대상 기업의 기술력이 뛰어나 장래의 사업성은 인정됨에도 재무안정성이 낮아 자금조달능력이 열악한 리스크가 큰 중소ㆍ벤처기업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집중 지원한 IT벤처 등 고위험(High-Risk)형 기업들이 세계적 IT산업 후퇴와 함께 많은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2001년 IT벤처 붕괴 차단을 위해 도입한 프라이머리 CBO 보증의 부도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져 재정적인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그동안의 중소ㆍ벤처기업은 우리 경제 내에 ‘하면 된다’는 새로운 신화를 창조하며 젊은 사업가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편 우리나라가 IT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적지않은 공헌을 했다. 오늘날의 중소ㆍ벤처기업은 고유가ㆍ환율쇼크 등 외환(外患) 속에 내수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 경제에 또 한 번의 꿈을 심어줄 것이다. 그들은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인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의 재정적 안정 속에 하루 빨리 벤처업계에 봄 기운이 만연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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