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유려한 문체와 정교하고 복잡한 소설 속 세상, 그리고 그 안의 인물은 어떻게 무대에 드러날까. 일본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 두 거장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해변의 카프카’가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연극 ‘해변의 카프카’는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니나가와의 손을 거쳐 극화한 작품이다. 본인 작품의 판권을 잘 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하루키인 만큼 2012년 일본 초연 당시에도 큰 화제를 모았다.
해변의 카프카는 오이디푸스의 비극(자식이 아비를 죽이고 어머니·누나와 자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예언한 아버지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집을 나온 열다섯 살 소년 카프카와 어린 시절 사고로 기억을 잃고 고양이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노인 나카타의 이야기를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들며 병렬 구조로 펼쳐낸다.
독특한 스토리를 이끌어갈 주인공은 일본의 신성 후루하타 니노다. 24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난 그는 “일본, 뉴욕, 런던, 싱가포르에 이어 월드투어의 마지막을 한국에서 장식하게 됐다”며 “나라마다 관객 반응이 달랐는데, 한국 관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당히 긴장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후루하타 니노는 22세이던 2014년 오디션을 통해 연극에 합류했다. 니나가와 연출은 연기 경험이 없던 그를 주역인 카프카 역으로 발탁한 이유에 대해 “연극적으로 과도하게 훈련되지 않은, 미완성의 영혼을 지니고 있는 점이 좋았다. 흔들리는 마음과 위험한 면모를 함께 지닌 소년이라는 이미지에 잘 맞아 떨어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후루하타는 “아직도 무대에 설 때마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며 “매 순간 이 공포를 뛰어넘어 극복하는 자세로 공연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엔 영화 ‘종이달’로 유명한 미야자와 리에, 인기 드라마 ‘호타루의 빛’으로 알려진 후지키 나오히토 등이 함께한다. 올해 여든 살인 니나가와는 현재 투병 중이라 이번에 방한하지 못했다.
한편,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오가는 광활한 소설 속 세계는 26개의 대형 이동식 투명 아크릴 상자 세트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표현했다. 이 아크릴 상자들은 여러 가지 조합과 동선으로 움직이며 저택부터 공원, 도서관, 숲 등 다양한 형태로 변신한다. 극 중 무대 위로 안개처럼 흩뿌리는 비도 조명을 만나 장관을 만든다. 11월 24~28일 LG아트센터.
/글·사진=송주희기자 ss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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