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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갈수록 '장관되기'가 부담스러운 세가지 이유

'무시무시한' 인사청문회에 장관 되더라도 존재감 미미


개각철이다. 큰 장이 섰다.

관가의 눈과 귀는 온통 '우리 장관은 바뀔까 안 바뀔까, 바뀌면 누가 올까'에 쏠려 있다.

물론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교체가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주 관심은 후속 인사다.

공무원의 꽃은 장관이다. 공무원은 '승진'에 목숨을 건다. 그 승진의 정점이 바로 장관이다.

수십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지만 이를 참아나갈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장관의 꿈' 때문이다. 장관이 가장 높은 자리이기 때문에 오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장관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살아온 공직 인생에 대해 국가가 성실성과 능력을 인정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오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런 꿈이 점차 깨지고 있다. 젊은 관료들에게 있어 '장관이 꿈인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모 장관이 퇴직 후 민간에 있다가 다시 장관으로 공직에 돌아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는 아내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수십년 공직생활로 쪼들리다가 이제 좀 살만한데 굳이 왜 또 공직으로 돌아가려 하느냐는 얘기였다.

장관자리가 부담스러운 이유는 우선 무시무시한 청문회 때문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한두 가지 실수쯤은 하고 살게 마련이다. 사실 지금은 큰 흠이 되지만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위장전입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아이 학교 때문에, 아파트 청약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별 죄의식 없이 하곤 했다. 부동산 투기도 그렇다. 기회가 있고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다 했다. 지금은 '투기'지만 당시는 '투자'였다. 본인이나 재산에 대한 문제 제기도 힘들지만 특히 버거운 것은 가족이나 친척 문제다. 자녀의 병역이나 친인척 간의 금전 문제 등 심문의 대상이 주위로 번지면 더욱 힘들다. 앞으로 김영란법(공직자 부패방지법)이 시행되면 이 같은 검증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가 부담스럽다 보니 장관 인선에도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3월 취임했다가 8개월 만에 물러나게 된 유일호 국토교통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취임 당시부터 내년 총선출마로 단명장관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두 장관 인선을 강행했다. 청문회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장관 후보로 나오면 야당 의원들이 그래도 동료의식을 발휘해 좀 살살 비판하고 통과시켜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실제 현직 국회의원 출신 장관후보 중 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러다 19일 개각에서 실제 교체장관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 장관 외에도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장관들도 곧 총선출마를 위해 그만둘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자 "장관 자리가 그리 가볍나"하는 지적이 잇따랐다. 가뜩이나 박근혜 정부 들어 장관의 존재감이 사라진 마당에 청와대가 몇 개월 안 된 장관을 교체하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그 자리를 가볍게 봤으면…"하는 해석이다.

실제 일반 국민이 아니라 식자층이라도 현직 장관 중 이름을 아는 장관이 별로 없다. 그나마 최 경제부총리 정도다. 각 부처에서 나오는 정책도 그렇다. 최 경제부총리 정도만 주도적으로 자기 철학과 정책을 제시하는 수준이다.

취약한 장관의 인사권 문제도 계속 나온다. 산하기관 사외이사 한 사람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장관이 대통령 만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권력의 속성상 최고권력자와 독대여부가 중요한데 대부분 장관들은 그런 기회를 갖기 어렵다.

장관을 그만둔 뒤는 더 문제다. 가뜩이나 관피아 논란으로 갈 곳이 제한되는데다 '장관 출신'이기 때문에 더 자리가 없다. 모 경제부처 장관 출신인 A씨는 "차관으로만 나왔어도 여기저기 자리가 있었을 텐데 장관으로 있다가 그만두니 갈 곳이 더욱 없다"고 말한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를 겪고서 고위공직자 재취업 심사기준도 강화됐다.

그래도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은 줄을 선다. 하지만 '할만 한 사람'이 아니라 '하고 싶은 사람'만이 줄 서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안의식 정치부장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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