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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피아 세계를 그린 영화 '대부'에서 배신자를 처단하러 외출하는 행동대장 클레멘자에게 아내가 카놀리를 사오라고 부탁한다. 거사에 앞서 카놀리부터 사놓은 클레멘자는 조직의 배신자를 제거한 직후 부하에게 이렇게 말한다. "총은 놔두고 카놀리나 챙겨(Leave the gun, take the cannoli)". 냉혹한 마피아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 장면에서 등장한 카놀리는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대표하는 국민 과자다. 카놀리는 밀가루에 와인을 넣어 반죽한 후 속을 치즈 크림으로 채워 만드는데 이때 들어가는 게 바로 마르살라 와인이다.
시칠리 서부의 항만도시인 마르살라(Marsala)는 18세기 말부터 당도가 뛰어난 포도로 만들어 깊은 적갈색을 띠는 최상급 와인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프랑스어로 풍요와 만족을 의미하는 마르살라 와인은 디저트로 유명한 티라미수에도 들어갈 만큼 독특한 단맛을 갖고 있어 일반 요리보다는 후식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올가을 패션업계에 마르살라 와인을 본뜬 마르살라 색상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립스틱 같은 화장품은 물론 구두와 속옷·코트까지 마르살라 열풍이 뜨겁게 불면서 일약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 색상이기는 하지만 말린 장미꽃잎이나 팥죽색으로 불리는 톤 다운된 적갈색을 떠올리면 무방할 듯하다. 미국의 색채 전문기업 팬톤이 올해의 색상으로 선정한 마르살라는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더 풍요롭게 하고 자신감 넘치게 만드는 효과를 안겨준다고 한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세계 경제가 장기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일상의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교감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아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편안한 일상을 보내는 '킨포크(Kinfolk)라이프'에 관심이 높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올가을 새로운 활력을 원하는 이들에게 마르살라 색상으로 멋을 내기를 권하고 싶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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