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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치 세일' 한계 드러낸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사상 최대의 세일행사라는 선전으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잔뜩 기대를 가졌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허망하기 그지없다. 최대 70%까지 깎아준다고 했지만 거의 다 미끼 상품에 불과했고 실제 할인폭은 10~30%에 그쳐 일반세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나마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형 가전제품 업체들은 참여하지도 않았고 편의점도 '1+1' 행사를 제외하고는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블랙코메디데이' '사상 최대의 사기극'이라는 조롱 섞인 비난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도입하려면 역사와 사회경제적 구조 분석이 선행돼야 하지만 모두 빼먹고 이름만 베꼈으니 당연한 결과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가 그들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연말결산 직전 유통업체들이 팔고 남은 재고를 처분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데 따른 것이다. 보관비를 들여가며 재고 처리를 하느니 그 물품을 소비자가 직접 가져가는 게 유통업체로서는 훨씬 이득이다. 연말 휴가철을 앞둔 소비자들의 구매욕이 왕성해지는 시기까지 겹쳐 미국 연간 소비의 20%가 이 기간에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우리 백화점과 마트들은 제품을 판매하지는 않고 단순히 장소만 제공한다. 재고부담이란 있을 수 없다. 할인은 물건을 파는 제조업체가 나서야 하는데 이들이 불참했으니 세일폭이 크지 않은 게 당연하다. 준비기간도 미국은 상반기부터 상품기획 등 준비에 나서지만 우리는 불과 한 달을 남겨두고 행사가 급조됐다. 행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소비자 역시 추석도 지났고 연말은 멀었는데 할인까지 별로이니 반가울 리 없다.



잔뜩 움츠린 내수에 조금이나마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정부의 안간힘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하려면 제대로 해야 했다. 이름만 베껴올 게 아니라 제조·유통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충분히 사전분석을 한 뒤 행사를 기획하고 최적의 시점을 잡아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못할 바에는 아예 시장에 맡기고 정부는 유커 유치 확대 등 간접지원에 나서는 게 낫다. 과욕을 부리다 오히려 정부 정책과 기업에 대한 불신만 잔뜩 키운다면 우리 경제에 이득 될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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