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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 임금반납이 씁쓸한 이유


"저희 은행이 사실 가장 먼저 준비했는데…" "다른 은행이 발표하기 전에 이미 직원들에게 시간외수당 지급 중단 메일을 보냈습니다." 임금 반납을 두고 은행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먼저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임금반납은 조직 입장에서는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은 최근 인건비 절감을 위한 조치들을 발표했다. 이들이 대승적 결단을 내린 공통된 이유는 '어려운 경영 여건에 대응하기 위한 솔선수범'이었다. 금액을 떠나 임금 반납은 직원들의 희생이 있어 가능하다. 이 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의 임금반납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 KEB하나은행의 임금반납은 옛 외환은행 출신 직원 7,000명에 한해서만 이뤄졌다. 올해 대우조선해양 부실과 성동조선 구조조정 등을 두고 혹독한 한 해를 보낸 국책은행의 임금반납은 더더욱 그렇다. 특히 수은의 임금반납 방식을 보면 숙제 검사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수은은 11월과 12월 시간외수당 지급 중단, 연차수당 축소로 대응했다. 수은의 부장 이상은 어차피 시간외수당 등이 없는 것을 고려하면 이덕훈 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어떤 부담도 지지 않았다. 수은은 근무시간 외에 남아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수당지급을 중단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임금반납 행렬에 동참한 셈이다. 수은의 숙제 검사를 지켜본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도 좌불안석이다.

은행들의 임금반납은 정치적 액션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도 씁쓸하다. 홍기택 산은 회장은 올해 연봉 중 세금과 청년희망펀드 기부금을 제외한 기본급 전액을 반납하는 통 큰 결정을 내렸음에도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임기가 끝나는 홍 회장의 다음 행보를 위한 몸풀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임금피크제 시행과 성과주의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 등을 앞둔 국책은행이 먼저 이를 의식해 여론 무마용으로 임금반납을 선택했다는 비판도 무시할 수 없다.



국민들은 이미 금융기관의 '쇼잉'에 지쳤다. 3대 금융지주 회장의 연봉 30% 반납에 이어 이번 임금반납을 진정성으로 해석하는 이는 많지 않다. 청년 일자리 창출, 성과주의 확산 등 현안이 생길 때마다 본질적 해결보다는 관치를 의식해 단순히 순간을 모면하려는 임기응변식 태도는 어떤 공감도 얻을 수 없다.

/금융부=김보리기자 bor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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