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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앤] 당분 줄여도 새콤달콤 '음료=설탕물' 깨진다



한국야쿠르트 2년 연구개발 끝에 천연당만 사용해 단맛 내는데 성공

'야쿠르트 라이트' 등 판매량 급증

취향따라 5단계로 당도 조절하는 공차

액상과당 대신 천연당 쓰는 스무디킹 등 다른 음료업계도 당줄이기 속속 동참


#. 주부 김수란(37)씨는 최근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의 '당 줄이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가 깜짝 놀랐다. 무심코 주던 간식에 생각보다 많은 당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 집에서 마시던 과일주스에는 각설탕 3개 분량의 당이 함유됐고 캐러멜 한 줄은 각설탕 7개를 한꺼번에 먹는 것과 같았다. 김씨는 요즘 과자 하나를 사더라도 당이 적게 들어간 제품을 고르는 일이 습관이 됐다.

#. 직장인 박영석(45)씨는 출근하자마자 인스턴트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박씨는 최근 건강검진에서 경증 당뇨병 진단과 함께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들었다. 당 함유량이 높은 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 것이 원인이었다. 아침 공복에 달달한 것을 즐겨 먹던 박씨는 최근 회사 동료의 권유에 따라 저당음료 배달을 신청했다.

식음료업계가 당을 줄인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감미료의 대명사인 설탕이 공공의 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세시대에 금보다 비싼 대접을 받고 한때 약용으로까지 쓰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달콤한 감칠맛을 내는 설탕만큼은 아니지만 이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 감미료가 등장한 덕분이다. 이슬람교 전파를 위해 떠난 마호메트가 페르시아에서 사탕수수를 발견한 뒤 정복지마다 심은 설탕이 이제는 현대인이 멀리해야 할 금단의 감미료가 된 것이다.

모든 영양소가 그렇듯이 적당한 양의 당분 섭취는 신진대사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두뇌 회전에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대인은 지나치게 많은 당분을 섭취한다는 게 문제다. 과다한 당분은 비만과 충치를 일으키고 당뇨병, 뇌졸중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TO)는 올해 3월 설탕 섭취량 10% 감소를 권고하며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미국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도 최근 하루 설탕 섭취량을 티스푼 12개 분량인 200㎉ 이내로 줄여야 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과도한 당 섭취가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 식음료업계에서 당 줄이기에 나선 대표적인 곳은 한국야쿠르트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8월 창립 44주년을 맞아 '건강한 습관'이라는 새로운 기업 가치를 고객과 함께 실천하기 위해 '당 줄이기 캠페인'을 펼쳤다. '야쿠르트400'과 '세븐허니'를 시작으로 '윌' '에이스' '세븐키즈' '세븐엘더' 등 6개 제품에 대해 최대 60%가량 당 제거 작업을 단행했다. 최근에는 '얼려먹는 세븐' 3종까지 당을 덜어내면서 발효유 전 제품에 대한 당 저감화를 완료했다.



1년 남짓 진행한 캠페인을 통해 한국야쿠르트가 줄인 발효유 당의 양은 약 2,035톤에 달한다. 3g짜리 각설탕으로 환산하면 6억8,000개에 이르고 1.5톤 트럭에 담으면 1,357대 분량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설탕 소비량인 23.8㎏과 비교했을 때 8만5,500명의 1년 치 설탕 소비량을 줄인 셈이다.

한국야쿠르트는 당 줄이기 캠페인에 앞서 연구개발에만 꼬박 2년의 시간을 투자했다. 발효유 특유의 신맛을 잡으려면 당은 필수적으로 써야 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당을 낮추고 맛을 살리기 위한 시행착오 끝에 벌꿀과 올리고당 등 천연당을 사용해 단맛을 내는 데 성공했다. 세븐허니는 천연당인 벌꿀과 천연감미료인 효소처리스테비아를 사용한다. '당 줄이기 제품'으로 기획한 신제품 '메치니코프 떠먹는 플레인'의 당 함량은 5g으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식생활 패턴 변화와 비만,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기존 당류를 대체한 제품을 선호하는 시장의 요구에 주목했다"며 "당은 줄이되 제품의 맛과 영양은 그대로 유지하는 최적의 배합비를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 저당제품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대표상품인 '야쿠르트 라이트'의 일일 판매량은 이미 기존 제품의 2배 이상 늘어났고 '에이스 라이트'도 지난달 판매량이 1월보다 221% 증가해 기존 제품의 아성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윌 저지방'도 출시 후 올해 30% 이상 늘었다. 당은 훨씬 줄어들었지만 맛과 영양은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게 대다수 소비자 평가다.

이정열 한국야쿠르트 마케팅이사는 "당 저감화라는 식음료업계의 트렌드를 일찍이 파악해 발효유에서도 당을 줄인 제품을 선보인 것이 적중했다"며 "이달 얼려먹는 세븐까지 저당 제품으로 출시하면서 업계 최초로 전 제품에 대한 당 저감화를 완료하는 등 당 줄이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가 불러온 저당 열풍은 식음료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올 초 기존 요구르트에 비해 당 함량을 30% 이상 낮춘 요거트 '매일바이오 로어슈거'를 선보였다. 우유의 영양성분은 고스란히 담으면서 칼로리와 지방 함량은 낮춘 플레인 요구르트를 넣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4월 '이오'와 '남양 요구르트' 등 액상발효유 제품의 당 함량을 30%가량 낮췄다. 제품 한 개당 기존 10~11g 수준이던 당 함량을 7~8g 수준으로까지 줄였다.

최근에는 지나친 당분 섭취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음료업계도 당 줄이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버블티 전문점 공차는 주문할 때 고객의 기호에 따라 당도를 5단계에 걸쳐 조절할 수 있게 했다. 단순히 액상시럽을 더하고 빼는 데서 나아가 음료별 당 함량을 계량화해 고객 편의성까지 높였다. 스무디음료 전문점 스무디킹은 액상과당 대신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천연당 성분인 터비나도를 도입하고 농도까지 선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저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에는 터비나도를 제외하고 주문하는 고객의 비중도 27%에 달한다.

한국영양학회장을 지낸 윤정한 한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과한 당 섭취는 직접적으로는 충치를 유발할 수 있고 비만이나 당뇨의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단맛이 주는 먹는 즐거움과 정신적인 기쁨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식음료업체의 최대 과제"라며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부터 식음료업계에 강하게 불기 시작한 '당 저감화'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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