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경제교실] 제조업 마이너스 성장… 53년만의 사태 원인은?

유가·환율·수출 악재에 혁신 전략 부재까지 겹쳐

장석인(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작년 제조업 매출액 -1.6%
전자·車 등 주업종 의존도 높은데 신흥국 추격 거세지며 실적 악화
지식기반자본·융합기술 투자 저조… 시장공략 방식, 변화에 뒤처진 탓

■ 제조업 위기 극복 방안은
기존 산업구조 고도화 틀 탈피… 창의력 기반 비즈니스 모델 개발
가치사슬 통합 플랫폼 경영 위해 정부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해야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해오던 제조업 매출액이 최근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2013년보다 2.1%포인트 하락한 -1.6%를 기록해 1961년 통계집계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과거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도 전년 대비 0.7%로 플러스 성장했던 우리 제조업이 전례 없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것입니다.

우리 제조업의 성장세와 수익성이 왜 크게 악화된 것일까요. 직접적 원인으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의 하락 및 세계적인 경기 침체 지속에 따른 수출 부진 등 주로 대외 여건의 악화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제조업의 매출액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 원인을 찾아봐야 합니다.

첫째, 우리 제조업이 일부 주력업종에 지나치게 의존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소홀히 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전기전자·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이 우리 경제의 매출(수출 포함)을 주도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들 주력업종에서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우리 수출 대기업의 실적이 크게 줄었습니다. 지난해도 제조업 매출액의 비중이 큰 전기전자 업종과 대중국 수출 비중이 큰 석유화학 매출액이 크게 감소하면서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입니다.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시장과 수요의 변화에 우리 제조 기업들의 대응이 둔감했던 것도 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 기업들은 저성장 시대 생존 전략의 하나로 제조업 혁신에 혼신을 다해왔습니다. 기술 융합화와 스마트화는 물론 수요자 니즈에 신속히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스마트폰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중국 등 신흥국의 전통적 소재와 부품에 대한 수입 급증을 호재로 여겨 기존 주력제품에 안주한 점이 없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 제조 기업들은 신흥국들이 그동안 수입하던 소재와 부품을 자국 제품으로 대체하는 노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셋째, 기존의 가격 대비 좋은 품질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던 방식을 계속 고수한 것도 제조업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나 샤오미 같은 기업이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거래방식으로 우리 제조업의 중국 시장을 단숨에 탈환하고 첨단제품 시장마저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여전히 '가격 대비 좋은 품질'과 같은 전통방식에 집착하는 사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의 지멘스는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클라우딩을 기존 설비와 제품에 융합해 수요 기업의 생산 최적화를 돕거나 수요자 맞춤형 제품과 솔루션 제공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제조 기업들은 IoT와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브랜드, 유능한 인적자원과 같은 소위 지식기반자본(knowledge-based capital)으로 불리는 새로운 자본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습니다. 이는 기업의 사업 개편시 역량 부족으로 이어지고 그에 따른 새로운 시장 개척과 진입에서도 선진국 기업에 뒤처지게 되는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우리 제조업의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고 급변하는 대외여건 변화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서는 제조업 혁신을 새롭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향후 제조업의 혁신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습니다. 혁신 여건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기존 산업 구조 고도화의 틀을 벗어나 창의력과 수요자 니즈에 기초한 과감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조달-제조-유통-AS 등 가치사슬 통합을 통한 플랫폼 경영 확대, 그리고 글로벌밸류체인(GVC)에서의 우위 영역 선점 등 제조업 혁신의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또한 스마트공장을 공장 자동화로 여기는 구태의연한 기업 혁신보다는 IoT와 빅데이터, 클라우딩 기술을 활용해 파트너 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협력기업과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비즈니스 방식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제조업 혁신과 기업 사업 개편을 위해 정부는 제조 기업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하고 GVC에서 우위 영역 선점을 위한 지식자본 투자에 대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국내 제조업체들이 IoT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재편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원샷법)'과 같은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하는 것도 긴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