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실물경제 허약
가계소득 위한 뉴딜 정책 펼친 루스벨트 정신 이어받아야
투자·성장 강조는 잘못된 것
통화정책 의지말고 재정 확대… 고용 늘리고 공평한 분배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구제금융과 초저금리 정책에도 시중 자금이 은행에만 머물면서 대출과 소비가 늘지 않고 실물경제 활동은 허약합니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가계소득과 고용을 늘려야 합니다."
2일(현지시간) 잔 크레겔(사진) 바드대 레비경제연구소 이사는 2016년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 개막 세션에서 "금융이 회복되면 나머지 경제 부문도 살아난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1930년대 대공황 위기의 교훈을 잃어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대공황기에 금융 시스템 붕괴와 실물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은행 구제금융을 실시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지만 당시에는 한발 더 나아가 가계 소득증가를 위한 뉴딜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크레겔 이사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손실 자산 매입 등을 통해 은행권에 과도한 자금을 몰아주면서도 가계 지원은 빈약했고 끔찍할 정도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은 새로운 기업 탄생에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용창출을 위한 것"이라며 "많은 지도자들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미 경제의 근본 문제는 자본부족이 아니라 구매력이 분산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국민소득의 공평한 분배를 이뤄야 한다"고 발언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의지하지 말고 정부 재정지출 증가를 통해 국민들의 소득과 고용을 늘리고 분배를 실현해야 미 경제도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대표적인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키의 말을 인용해 "고용보다 투자·성장을 강조하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며 "완전고용 경제는 성장하는 반면 자본투자에 의존한 성장은 지속되지 않고 소득 불평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3~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올해 AEA 연차총회는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문을 열었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미국 등의 경기 회복세가 취약하고 사회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2월 첫 기준금리 인상 이후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의 경로, 신흥국의 금융시장 충격 완화 방안, 미국 등 글로벌 경제 향방, 유로존의 미래, 중국 주택시장 붕괴 위험, 유럽 난민 위기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500개의 세션이 열린다. 올해로 131주년을 맞은 AEA는 세계 최대의 경제학회다.
올해도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 등 금융계 거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한 수많은 석학 등 1만명가량이 참석한다.
/샌프란시스코=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가계소득 위한 뉴딜 정책 펼친 루스벨트 정신 이어받아야
투자·성장 강조는 잘못된 것
통화정책 의지말고 재정 확대… 고용 늘리고 공평한 분배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구제금융과 초저금리 정책에도 시중 자금이 은행에만 머물면서 대출과 소비가 늘지 않고 실물경제 활동은 허약합니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 때처럼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가계소득과 고용을 늘려야 합니다."
2일(현지시간) 잔 크레겔(사진) 바드대 레비경제연구소 이사는 2016년 전미경제학회(AEA) 연차총회 개막 세션에서 "금융이 회복되면 나머지 경제 부문도 살아난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1930년대 대공황 위기의 교훈을 잃어버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대공황기에 금융 시스템 붕괴와 실물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은행 구제금융을 실시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지만 당시에는 한발 더 나아가 가계 소득증가를 위한 뉴딜 정책을 폈다는 것이다.
크레겔 이사는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손실 자산 매입 등을 통해 은행권에 과도한 자금을 몰아주면서도 가계 지원은 빈약했고 끔찍할 정도로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은 새로운 기업 탄생에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용창출을 위한 것"이라며 "많은 지도자들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미 경제의 근본 문제는 자본부족이 아니라 구매력이 분산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국민소득의 공평한 분배를 이뤄야 한다"고 발언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의지하지 말고 정부 재정지출 증가를 통해 국민들의 소득과 고용을 늘리고 분배를 실현해야 미 경제도 본격적인 회복세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대표적인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키의 말을 인용해 "고용보다 투자·성장을 강조하는 정책은 잘못된 것"이라며 "완전고용 경제는 성장하는 반면 자본투자에 의존한 성장은 지속되지 않고 소득 불평등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3~5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올해 AEA 연차총회는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문을 열었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에도 미국 등의 경기 회복세가 취약하고 사회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2월 첫 기준금리 인상 이후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의 경로, 신흥국의 금융시장 충격 완화 방안, 미국 등 글로벌 경제 향방, 유로존의 미래, 중국 주택시장 붕괴 위험, 유럽 난민 위기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500개의 세션이 열린다. 올해로 131주년을 맞은 AEA는 세계 최대의 경제학회다.
올해도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 등 금융계 거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한 수많은 석학 등 1만명가량이 참석한다.
/샌프란시스코=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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