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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비즈] 7명 모으면 7000만원 벤츠가 1770만원?

수입차 다단계 판매 주의보

가입비 낸 다음 2명 모으고 그 두 명이 다시 두명 모으면

첫 사람부터 ⅓ 가격에 출고… 5개월새 회원 4000명 달해

청산·폭탄돌리기 땐 낭패 "폰지식 사기 판매" 경고음



경남 통영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최근 7,000만원짜리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세단 'E220'을 1,770만원에 구입했다. 인터넷을 하다 알게 된 자동차 공동 구매 업체를 통해서다. 김씨는 업체에 1,770만원을 내고 지인 2명을 회사에 소개했다. 김씨가 소개한 지인들도 회비를 내고 각각 2명의 지인을 더 데려왔다. 총 7명이 되자 김씨는 팀장이 됐고 벤츠를 출고 받았다. 김씨는 "지인들만 소개했을 뿐인데 3분의1 가격에 벤츠를 구매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동차 공동구매라는 이름의 사기 판매 형태도 등장했다.

김씨처럼 수천만원짜리 수입차를 3분의1 가격에 출고한 사람이 30명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를 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사행심을 악용해 사기 형태의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병행수입업을 하는 A 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블로그를 통해 자동차 공동 구매 영업을 하고 있다.

방식은 이렇다. 가입비 1,770만원을 회사에 내고 지인 2명을 데려온다. 2명의 지인도 각각 1,770만원을 내고 각자 2명을 더 데려온다. 총 7명이 되면 1개 팀이 되고 제일 처음 가입한 사람은 7,700만원짜리 벤츠 E 클래스를 받아간다. 현재 해당 업체의 블로그에는 총 31명이 이런 방식으로 차량을 출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업체 측은 벤츠 E클래스를 제값 다 주고 사는 것보다 취득·등록세 등 모든 비용을 포함해 4,950만원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차량은 벤츠뿐만 아니라 아우디·BMW·렉서스를 비롯해 국산 차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벤츠 C클래스를 선택하면 가입비는 1,480만원, BMW 320D는 1,670만원에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사업을 한 지 5개월 동안 총 3,9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며 "현재 거제에 본점이 있는데 3호점까지 냈고 수원 등 수도권에서도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업체의 이런 영업 방식이 과거 지난 192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폰지사기'와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는 일종의 다단계 금융 사기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뒤에 가입한 회원의 돈으로 앞 회원의 벤츠 가격을 내는 것으로 다단계 판매라기보다는 일종의 사기 판매"라며 "회사가 중간에서 돈을 챙겨 청산하거나 회원이 추가로 모이지 않을 경우 폭탄 돌리기처럼 결국에는 피해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입차를 타고 싶지만 돈이 부족한 사람들의 사행심을 노린 전형적인 사기 판매"라고 말했다.

상황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해당 사안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법률상 다단계 판매 방식과는 차이가 있지만 피해자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행성 판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서 등을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위원회 위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사안"이라며 "경찰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피해자 신고가 없어 아직 조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업체 관계자는 "다단계 방식의 판매가 아니며 일종의 개인 사업"이라고 밝혔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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