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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휴정PD의 Cinessay 천재가 될 수 없는 권력자의 비극 <아마데우스>

영화 ‘아마데우스’ 포스터




질투는 증오보다 복잡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감정입니다. 미운 사람은 안보면 그만인데, 질투는 친한 동료, 피를 나눈 형제, 심지어 부부 사이,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 생기니 어디다 대놓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질 수 없거나 이룰 수 없는 것을 쉽게 차지한 누군가를 보는 것은 사실, 괴로운 일입니다. 그러고보면, 질투는 상대방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 나에 대한 불만일겁니다. <아마데우스>(1985년작, 밀러스 포먼감독)의 살리에리( F.머레이 아브라함)는 몇 백년이 지나도 이런 주제에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이 비운의 음악가는 모차르트(톰 헐스)라는 역사적 천재를 동시대에 만난 죄로 살아서는 열등감에, 죽어서는 독살설에 시달립니다. 스스로를 ‘노력하는 보통사람’이라고 했지만, 살리에리는 결코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음악적 자존심과 텃세가 심한 비엔나의 궁정악장직을 30년 넘게 맡을만큼 실력과 사회성도 좋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모차르트는 음악적 후견인 노릇을 완벽하게 해준 아버지가 있었지만 살리에리는 그야말로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자수성가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모차르트보다 더 평가받아도 좋을 사람입니다. 게다가 성직자처럼 신앙심도 두텁고 근면, 성실했습니다. 그런 살리에리 입장에서 보자면 모차르트는 인간적으로 너무 한심한 사람이었을겁니다. 이상한 웃음소리, 가벼운 행동, 문란한 이성관계, 사치…. 그런데, 이 모든 단점을 훌쩍 뛰어넘는 천재성을 갖고 있으니 얼마나 감정이 시끄러웠을까요. 살리에리는 저렇게 형편없는 인간에게는 천재성을 주고, 열심히 노력하는 자신에게는 열정만 준 신을 원망하다가 급기야 십자가를 태워버리기까지 합니다. 질투의 감정이 극에 달한 살리에리는 치밀한 작전을 세워, 그렇지 않아도 방탕한 생활 탓에 건강을 잃은 모차르트를 35세의 젊은 나이에 죽게 만듭니다(영화의 내용과 사실은 많이 다르다고 하니 살리에리는 이래저래 억울할겁니다)



구석기 시대에도 질투는 있었다고 합니다. 이순신을 질투한 원균, 영국의 메리와 엘리자베스의 질투, 카인의 질투…. 살리에리처럼 권력자의 질투는 역사의 흐름조차 바꿀만큼 강한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전부터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느니,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며 다른 사람들의 질투를 두려워했을까요? 하지만, 우리 사회가 좀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재능을 갖은 사람을 너그럽게 감싸줘야하지 않을까요? 결국, 역사가 기억하는 것은 모차르트의 음악뿐이니까요. 가끔, 이런저런 인간적 결함과 실수로 인해 좀더 큰 업적을 이뤄내지 못하고 중간에서 사라져버리는 천재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재능과 인품이 동시에 훌륭하기는 힘든 일입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재능이라는게, 타고나는 것도 있지만, 엄청난 집중력과 끝까지 물고늘어지는 집념이 있어야 꽃을 피우는 건데 사람 좋아, 여기저기 다 챙기면서 성과까지 내기는 어렵습니다. 질투의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보면 나와 ‘다른’ 상대에 대한 ‘비교’때문인데, 저는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습니다. 당대의 음악가들을 기죽게 한 천하의 모차르트가 죽어서 다른 시신들과 함께 아무렇게나 묻히는 것을 보면서, 아, 인생의 끝은 모두 ‘같구나’, 내가 ‘대단하게’여기는 누군가도 나처럼 약한 인간일뿐이라는 생각에 질투도 살짝 부질없어집니다.

KBS 1라디오 ‘생방송 오늘 이상호입니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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