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나이트 Phil Knight 는 “마크 파커가 이젠 언론의 주목을 받을 때가 됐다”며 “그가 9년 간 돌풍을 일으키는 동안 언론은 어디에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전설적인 나이키 공동설립자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됐다. 올해 77세의 이 전직 회계사는 이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휙’하는 느낌의 로고를 단돈 35달러에 사들인 인물로, 나이키를 글로벌 거대 운동화 생산업체로 키워냈다. 나이트는 여전히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지만, 언론을 상대로 많은 말을 하지는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에는 어떤 관여도 하지않고 있다. 그는 심지어 6개월에 한 번 열리는 나이키 투자자들과의 만남에도 참석을 자제해왔다(10월 중순에 열린 행사에서 나이키는 큰 성과를 자축했다). 이 행사에서 멋쩍은 축하를 받은 나이트의 후임자 파커는 조용한 성격의 CEO치곤 상당히 과감한 목표를 밝혔다. 나이키 매출을 200억 달러 늘려 2020년에는 5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발효했다.
하지만 나이트는 파커에 관한 사항은 많이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나이트가 첫 영입했던 외부인사로부터 2006년 CEO직을 넘겨받은 파커는 나이키 매출을 2배 이상 늘려놓았다. 겉으로 봤을 때 나이트와 파커는 서로 대조되는 인물로 보인다. 나이트는 다혈질의 MBA 출신 인사로, 오리건 주 비버턴 Beaverton에 위치한 나이키 캠퍼스에서 여전히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파커는 부드러운 말투의 신발 디자이너로, 경영 스타일 측면에서 사려 깊은 인물로 알려져있다.
그럼에도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더 많다. 어떤 질문이든 간결하게 답하는 나이트는 “우리 둘 모두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말했다. 현 CEO 파커의 성과에 대한 질문에 나이트는 나이키의 초기 직원 중 한 명이라고 설명하더니-파커는 1979년 뉴 햄프셔 New Hampshire지역 디자인팀으로 처음 입사했다-맡겨진 업무 하나 하나를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나이트는 “처음으로 뽑은 대졸 신입사원 중 한 명이었다”며 “그래서 거의 40년 동안 그를 지켜봤다고 할 수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최근 내년에 파커에게 회장직을 넘겨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전히 나이키의 20% 가량을 관리하는 나이트는 파커와 생각이 일치하는 경우가 많아 서로 말하지 않고 한 달 정도를 보내기도 한다. 나이트는 “그가 대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며 “그도 (나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나이트는 처음엔 일에서 손을 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인정했다. 외부에도 잘 알려진 자신의 ‘경영 간섭’이 계속 됐고, 파커에게도 그 행태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시 내가 했던 일상적인 질문은 ‘도대체 왜 그렇게 했는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질문에 대한 파커의 답변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움 그 이상이었다. 대학시절 육상선수를 지냈던 올해 60세의 이 CEO는 창업자로부터 능숙하게 배턴을 넘겨받았다. 파커가 이어서 경영하기 시작한 회사는 더 이상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거대업체에 짓눌리던 나약한 약자가 아니었다. 파커는 엄청난 성공으로 성숙기에 들어선 회사에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더욱 까다로운 임무를 맡게 됐다.
일단 경쟁 측면에선 파커가 현재 아디다스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이키는 다양한 운동화 사업 부문에서 세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러닝화, 농구화, 축구화 부문에선 독보적이다. 올해 초 나온 여러 보고서에선 나이키의 미국 시장운동화 점유율이 62%로 나타났는데, 2위 스케처스 Skechers의 점유율은 5%에 그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재고를 깔끔하게 관리하며 소매업체와의 계약에서 민첩함을 보이는 나이키의 ‘운영기계’ 같은 능력이 자리잡고 있다. 나이키는 이처럼 판매능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제는 디자인과 생산방식, 마케팅 외에도 이후에 곧 설명할 소매업 기술 부문에도 집중하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사 규모 측면에서 나이키는 놀라울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연평균 8.5%의 매출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매출 목표로 500억 달러를 내세운 건 이 수치를 10%까지 끌어올리면서도 잠재적 경쟁자로 손꼽혀온 언더 아머 Under Armour, 룰루레몬 Lululemon 등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다는 의미다. 나이키는 이익도 2015 회계연도 기준 30억 달러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거의 11%에 이르는 이익률을 올렸다는 것을 뜻한다.
자의식 강한 CEO가 신문 1면을 자주 장식하는 세상에서 파커는 유별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내성적인 인물에겐 최고책임자 자리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통념이 있다. 하지만 파커나 애플의 팀 쿡 Tim Cook과 같은 인물들은 내성적인 사람도 최고책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로도 알려져 있는 제품 개발에 대한 파커의 세심한 접근법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유명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 Jony Ive가 주도한 애플 제품에 쏟아진 찬사 덕분이기도 하다. 파커는 여전히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다. 그는 나이키 유명 디자이너 틴커햇필드 Tinker Hatfield와 함께 한정판 러닝화 2가지를 제작하고 있다. 하나는 나이키의 홍보 아이콘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과의 공동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의 스타일메이커 후지와라 히로시 Hiroshi Fujiwara와의 합작품이다.
나이키는 경험 많은 챔피언처럼 경쟁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유지해왔다. 포춘이 파커를 ‘2015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한 이유다. 파커의 어떤 면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지 분석해 보여준다면, 역할 모델을 찾는 여러 경영학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를 전혀 새로운 곳까지 끌어올리며 명성을 쌓은 설립자의 뒤를 이었다는 면에서 파커는 흔치 않은 인물이라 할 수 있다. 필 나이트가 간단명료하게 말했듯, 이젠 마크 파커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아볼 때가 되었다.
파커는 “시각적인 자극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1.6km2 규모의 나이키 캠퍼스 내 존 매켄로 John McEnroe 빌딩에 위치한 예술작품 가득한 사무실 소파에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앉아 있었다. 미아 햄 Mia Hamm 빌딩에 있는 나이트의 사무실까지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곳이었다. 파커의 사무실에는 시각적인 자극을 위한 것이 많았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통속적인(고급스러운 것도 많았다) 예술작품이 즐비한 파커의 수집품은 그 규모가 엄청났다. 에이브러햄 링컨 Abraham Lincoln의 흉상, 나이키 운동화 미니어처, 유명한 브루클린 예술가 더스틴 옐린 Dustin Yellin의 조각, 워홀 Warhols의 작품, 그리고 예술과 나이키에 관한 커피테이블용 책이 보였다. 파커 스스로 보기에도 수집품이 너무 많을 정도였다-그의 아내 입장에선 두말할 필요가 없다. 파커는 “아내가 집에 두길 원치 않는 것들이 여기에 있다”며 “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키 195cm로 여전히 달리기 선수 같은 마른 체형을 가진 파커는 잘 다린 짙은 파란색 드레스 셔츠와 청바지 차림에 스스로 디자인 한 검은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희끗희끗하고 덥수룩한 턱수염을 뽐내면서도, 마치 자신의 말이 어떤 소리를 낼지 확신하지 못하는 듯 약간 우스꽝스러운 어조로 말을 했다. 파커는 자신의 경영 스타일을 편집장과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부하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걸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를 교정하기까지 했다. 말을 시작한 후에 잠깐 멈추고 ‘솔직히 말해서’를 덧붙이고 말을 계속하는 식이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라고 말하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솔직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그의 분석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파커는 스스로 말을 하고 있을 때에도 자신의 생각을 갈고 닦으며, 그에 대한 논평도 한다.
사실 나이키에서 ‘교정’이란 끊임없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파커가 예술품 수집 충동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듯, 세계제패를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추진하는 나이키에서 이 과정의 균형을 잡는 건 어려운 일이다. 스포츠 전반을 대상으로 하는 나이키 브랜드나 농구에 집중하는 조던 브랜드를 비롯해 소규모로는자사의 컨버스 Converse나 헐리 Hurley 스포츠웨어 브랜드까지, 나이키는 모든 운동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관중까지 포함)에게 모든 것을 제공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나이키의 가장 강력한 제품은 곧 자사의 다음 제품으로 이어진다. 구글의 검색광고 사업이나 애플의 아이폰처럼, 나이키도 막대한 자금확보가 가능하다는 축복을 받았다-가장 분명한 제품은 농구화다.
이 자금 때문에 나이키는 모험을 할 수 있다.공교롭게도 파커는 나이키 최고의 운동화 제품 여럿에 직접 관여했다. 에어 조던 개발팀에 참여했고, 개발 몇 년 후 ‘비저블 에어 Visible Air’ 기술 개발에서 맡은 역할을 한 덕분에 해당 특허에-에어 조던 디자이너 햇필드와 함께-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비저블 에어는 운동선수들이 신발의 완충작용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파커는 디자인 쪽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경영에 참여한 후에도 커다란 성공을 거둬왔다. 글로벌 신발 사업부문을 이끌었으며, 후에 나이키 브랜드의 공동사장에도 올랐다. 다른 사장 한 명은 판매 총책임자였던 찰리 댄슨 Charlie Denson이었다. 둘은 영화미스터 인사이드/미스터 아웃사이드 Mr. Inside/Mr.Ouside에 나오는 콤비 같은 팀을 이뤘다. 조용한 성격의 파커가 미스터 인사이드를 맡은 격이었다. 하지만 파커는 내부 일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신발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을 위한 성스러운 싸움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제품에 대한 평생의 신념을 바탕으로 나이키를 널리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NBA 명예위원으로 스위스 다보스 Davos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파커와 패널로 참석한 바 있는 데이비드 스턴 David Stern은 “파커는 훌륭한 브랜드엔 제품 판매 이상의 잠재력이 있음을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나이트는 2004년 은퇴를 준비하면서, 외부인사의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했다. 그는 파커가 아니라 중서부 소비재 생산업체 에스시 존슨 S.C. Johnson에서 근무하던 윌리엄 페레스 William Perez를 CEO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이 생각대로 잘 되지 않자, 1년이 채 지나가기도 전에 페레스를 퇴출시키고 파커를 CEO에 앉혔다(댄슨은 파커를 뒷받침하며 나이키 브랜드의 독자적인 수장이 됐고, 지난해 34년 간 몸담았던 나이키에서 은퇴를 했다).
나이키 경영에는 내부인사가 큰 장점을 가진 것으로 판명됐다. ‘구조화’된 조직에는 모든 부문을 고르게 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전직 나이키 글로벌 신발사업 부문 수장으로 현재 여성 의류 제조업체 스팽스 Spanx의 CEO를 맡고 있는 얀 싱어 Jan Singer는 “나이키 출신이 아닌 사람들은 회사 구조를 보고 난 후 ‘통제가 필요하다’는 말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사가 여러 명인 경우가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파커는 나이키 최고책임자로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디즈니CEO로 출신으로 현재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를 맡고 있는 앤디 캠피언 Andy Campion은 “마크의 질문은 대개 남들을 이끌거나 방향을 제시하는 식으로 이뤄진다”며 “그가 질문을 사용하는 데 있어 놀라운 것은 다른 리더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그들 스스로 해답을 찾고 행동하게 만든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파커는 또 한편으로 격언을 통해 경영하기를 좋아한다. 스팽스의 싱어는 파커가 싱어의 팀원 한 명을 오크 나무에 비유하며 인재 관리에 대한 질문을 슬기롭게 풀어냈던 것을 회고했다. “그는 내게 ‘오크 나무를 소나무로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능한 한 최고의 오크 나무로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커의 임무는 나이키라는 숲 전체를 돌보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복잡한 기업”이라며 “전 세계 190개 국가에 진출해 있으며, 13개 스포츠 분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모두 총합하면, 말 그대로 수십 억 개의 제품을 관리하는 것이다. 경영하기에 거대할 뿐만 아니라 속도도 빠르고 복잡한 사업이다. 때문에 이 사업을 실제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을 끊임없이 추려내야 한다. 동시에 궁극적으로 소비자를 가장 앞에 놓고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사업 ‘교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나이키는 간부들이 일상 대화 도중에 스스럼없이 사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회사다. 마치 배우들이 뮤지컬 공연에서 갑자기 노래를 부르는 것과 유사하다. 이미 리허설을 거친 연기와 다를 바 없지만 이 효과는 충분하다. 나이키직원 중에는 저명한 스포츠업계 소식지 기자 존 호랜 John Horan이 ‘열정적인 비버턴 사람들(Eager Beavertons)’이라 부르는 인물들이 많다. 나이키의 사훈은 쉽게 기억되는 내용으로, 거기엔 교묘한 반전이 숨어있다. ‘전 세계 모든 운동선수들에게 영감과 혁신을 주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운동선수’라는 단어 옆에는 별표가 붙어있다. 필 나이트와 함께 회사를 설립한 오리건 대학교의 유명 육상 코치 빌 보워먼 Bill Bowerman의 말을 부연설명을 거기에 추가해 두었다.
“몸이 있는 사람은 모두 운동선수다.” 나이키는 이런 ‘운동선수’들을 분류해 그들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노하우가 자신들의 경쟁력이라고 여기고 있다. ‘카테고리 공략(category offense)’이라고 부르는 방식을 통해, 나이키는 지역뿐만 아니라 스포츠의 인기에 따라 세계를 분류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에 따르면, 주변국가 국민들 사이에서보다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서 공통이 되는 성향이 더 많이 나난다는 것이다. 나이키는 이러한 철학을 도입한 2008년 이후 매출이 70%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나이키는 지역보다 카테고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가장 원했던 지역에서 성공을 거뒀다.
나이키는 제품 판매 방식에서도 방법론에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 제품 및 상품화 부문 사장 잔 잭슨Jeanne Jackson은 영국 스트랫퍼드 웨스트필드 몰 Stratford Westfield Mall에 대한 분석을 일례로 들었다(나이키 매장 1개를 비롯해 총 14개의 소매점이 나이키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나이키는 그곳에서 너무 많은 소매점이 중복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을 포착했다. 전형적으로 ‘교정’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예컨대 스케이팅 관련상품에 강한 매장에 스케이팅 의류를 배치하고, 해당 매장에서 농구화는 철수시키는 식이었다. 잭슨은 “이미 북미와 캐나다에서 동일한 접근방식을 적용했다”며 “경험상 영국 쇼핑몰에서의 매출이 거의 20%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키는 자사의 덩치와 자금-매출의 10%를 마케팅에 투자하는데, 그 액수가 경쟁업체 대부분의 수입보다도 많다-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한다. 예를 들어 축구는 나이키가 전 세계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스포츠인데, 최고액을 투자해-유로든 파운드든 화폐에 상관없다-가장 중요한 국가대표팀이나 프로클럽과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실제로 효과적인 방법이다.
애널리스트들과 만남을 가진 10월 회의에서 잭슨은 축구 부문에서 나이키가 ‘심지어 독일까지 포함해’ 세계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선두에 있던 아디다스에게 과감하게 한 방 날린 셈이다. 그렇다고 나이키는 마케팅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동시에 신발 관련 기술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파커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는 “외과적인 측면에서 두 갈래로 나눠 중요한 부분에 혁신 투자를 집중했다”고 말한다. 장기적인 개혁에 돈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혁신투자가 이뤄지고, (거기서 탄생한)신기술이 나이키가 또 다른 영역을 분류할 수 있게 해주는 식이다. 일례로 나이키는 꿰매지 않고 생산하는 가벼운 플라이니트 Flyknit 개발에 수년간을 투자했다.
투자전문업체 서스쿼해나 파이낸셜 그룹 Susquehanna Financial Group 소속의 애널리스트 크리스토퍼 스베지아 Christopher Svezia는 “플라이니트는 비싼 기술이었고 사업진행도 더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훌륭한 기술이었다. 3년 후에는 저렴한 가격대를 갖춘 10억 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했다. 다른 기업이었다면 이 기술을 묵혀두고 다른 것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이는 말은 쉽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나이키의 사업방식이다. 나이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창출하고,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혁신 과정을 구조화한 나이키는 다양한 성장의 기회를 갖추게 됐다. 실제로 2016년 리우 올림픽에 맞춰 완전히 새로운 신발을 선보일 것이 확실해 보인다. 나이키는 예전에도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맞춰 플라이니트 기술을 공개한 바있다. 또 여성 카테고리를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부문으로 보고 있다. 여성 신발과 의류는 현재 매출 가운데 20%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한편으론 조던 브랜드가 미국, 남성, 농구 쪽에 과도하게 집중된 상황을 고려해 세 가지 부문을 넘어서는 사업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마이클 조던의 중국 방문을 통해 브랜드 30주년을 기념하면서 인지도 상승을 꾀하기도 했다. 나이키는 새로운 자사 주도의 기술 개발을 기대하며 투자를 하기도 한다. 10억 달러를 들여 아디다스를 밀어내고 8년 간 모든 NBA 저지에 나이키 마크를 넣기로 한 것이다. 지난 10월 투자자들을 만난 파커는 “팬들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우리 역할에 대해 애덤 실버 Adam Silver NBA 커미셔너와 이야기를 나눴다”며 “팬들은 코트에서 벌어지는 경기와 어떻게 디지털로 이어질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선수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실시간에 가깝게 알 수 있을까? 코트 바로 옆에서 관전하는 경험은 앞으로 수년 안에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이키를 경쟁업체와 차별화시키는 건 바로 기술이다. 지난 10월 나이키는 실리콘밸리의 위탁제조업체 플렉스 Flex(이전에는 플렉스트로닉스 Flextronics로 불렸다)와의 공동사업을 발표했다(사실 플렉스는 전자, 의료, 자동차 장비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기업이다). 나이키가 플렉스의 첨단기술력과 자사의 아시아 의류 공장 파트너를 융합하고자 하는 계획이기 때문에 상당히 중대한 행보이다(두 업체는 플렉스가 나이키의 실패작 퓨얼밴드 FuelBand신체활동 추적기를 제작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또 나이키는 본사에 약 1만 1,600m2 규모의 나이키 첨단 제품 창조 센터(Nike Advanced Product Creation Center)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플렉스 같은 파트너들과 함께 3D 프린팅, 차세대 편물 기술, 새로운 자동화 방식 등을 연구할 예정이다.
약 4년 전 포춘은 나이키의 구조적인 디지털 전환을 다루면서 이를 ‘Just do it’ 탄생 이래 비버턴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한 바 있다. 나이키는 인쇄물과 TV 광고 지출을 40% 가량 줄여 이 자금을-그리고 추가적인 자금을- 디지털 마케팅에 투자했다. 이 변화의 요점은 새로운 방식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서는 것이었다.
오늘날 ‘디지털’이라는 용어는 나이키에서 가장 큰 기회 중 하나를 의미한다. 나이키닷컴 Nike.com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올해 10억 달러였던 디지털 매출을 2020년에는 70억 달러까지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나이키가 자사소매 매장을 포함해 스스로 ‘소비자 밀착’ 사업이라고 부르는 부분을 확대하는 건 잠재적 혁신이다. 회사는 현재 초기 단계에 있는 소비자 맞춤 신발 제작사업을 확장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론상 나이키가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고객의 발을 측정하고 이를 디지털 정보로 기록해두면 홈페이지에서 다시 구매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키 최고재무책임자 앤디 캠피언은 “디지털이 우리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도록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트와 보워먼이 나이트의 차 트렁크에 운동화를 싣고, 육상 선수들에게 신발을 판매하던 시절에 보내는 찬사인 셈이다.
나이키에 좋다고 파트너업체에까지 좋다는 법은 없다. 직접 판매는 나이키와 거래하는 수많은 소매업체들에겐 존재론적 위협이다. 디지털 매출이 7배 증가한다는 건 인기 운동화 공급을 나이키에 의존하는 매장에겐 불안한 일이다. 도매업체 나이키의 입지가 시장에서 지배적이기 때문에 주요 파트너들은 높아지는 파도에 자신의 배도 함께 떠오르길 바랄 뿐이다. 예컨대 풋 로커 Foot Locker의 지난 해 매출 중 나이키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73%였는데, 이는 소매업체 입장에선 축복인 동시에 저주였다. 풋 로커의 CEO 딕 존슨 Dick Johnson은 “나는 축복이라고 여긴다”며 “그들은 업계 최고다. 우리는 나이키와의 공동투자를 통해 하우스 오브 ?스 House of Hoops, 나이키 플라이 존 Nike Fly Zone, 조던 플라이트 23 Jordan Flight 23 등의 고급 매장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나이키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해서 경쟁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 주요 라이벌은 언더 아머로, 규모는 작아도(2014년 매출 30억 달러)성가신 상대임에 분명하다. 스포츠 의류 부문에서 큰 성과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행운까지 따라주었다.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Golden State Warriors의 스티븐 커리 Stephen Curry나 골퍼 조던 스피스 Jordan Spieth 같은 신예 스타들이 챔피언에 오르기 직전, 아언 아머와 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나이키가 후원하는 선수들은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완벽한 대형스타들이다. 르브론 제임스 LeBron, 코비 브라이언트 Kobe,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Cristiano, 세레나 윌리스엄스 Serena, 로저 윌리엄스 Roger 등이 그들이다.
파커는 매우 경쟁심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경쟁자를 꼽아 달라는 요청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대한 집중한다”며, 언더 아머가 나이키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의견 요청에 대답하기를 거부했다. 파커는 “선의의 경쟁을 선호한다. 경쟁업체 모두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가 경쟁업체에 관해 밝힐 수 있는 최대한의 의견이었다.
마크 파커는 한 쪽 손목에 스테인리스 스틸 애플 워치 Apple Watch를, 다른 쪽 손목에 지난해부터 생산이 중단된 나이키 퓨얼밴드 신체활동 추적기를 착용하고 있다. 어느 쪽에 대해서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진 않는다. 애플 제품에 대해선 아이워치 iWatch라고 이름을 잘못 부르면서 “첫 제품치곤 좋다”고 평가했다(10년 동안 나이키의 이사진이었으며 보상위원회 의장이기도 한 애플 CEO 팀쿡은 이 말에 기분이 상했을 지도 모르겠다). 나이키 웨어러블 기기에 대해선 핵심 제품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있을 곳은 시계 같은 웨어러블 기기로부터의 경험과 연관된 부문이 될 전망”이라며, 현재로선 애플, 구글, 삼성, 톰톰 TomTom 등의 추적기 제품과 공동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귀뜸했다. 나이키는 퓨얼밴드에 대한 지원도 계속하고 있다(이를 기업 교정 혹은 현실주의라도 할 수 있겠지만, 파커는 예상 밖으로 진행된 바우어 하키 Bauer Hockey, 콜 한 Cole Haan, 엄브로 Umbro 등의 인수합병을 포기하려는 의중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나이키 이사회는 지난 10월 60세가 된 파커의 성공을 높이 평가해 5년 추가근무 조건으로 3,000만 달러의 보너스를 제시하기도 했다. 파커는 생일을 자축하며 마이클 J. 폭스 Michael J. Fox에게 자동으로 끈이 조여지는 운동화를 선물했다. 이는 30년 전 영화 ‘백 투 더 퓨처 Back to the Future’에서 폭스가 연기했던 마티 맥플라이 Marty McFly가 신었던 상상 속의 신발과 유사한 것이었다.
파커에게선 멈추려는 기미를 찾아보기 힘들다. 올해 초 필 나이트는 자신의 나이키 지분 220억 달러을 관리하기 위해 스우시 주식회사 Swoosh Inc.를 설립하고 파커를 그 회사 이사로 임명했다(나이키는 나이트의 아들이자 영화 애니메이터인 트래비스 Travis도 이 회사 이사진에 포함시켰다). 파커는 여전히 달리기를 하는데, 단순히 여가 활동으로 즐기고 있다. 그의 피트니스 활동에는 하이킹, 걷기, 역도, 스피닝도 포함돼 있다. 그는 “아내가 스피닝 강사라서, 나를 강하게 몰아 부친다”고 말했다. “그녀는 5,000m 세계신기록 보유자였다. 우린 매일 밤 함께 걷는다. 그녀가 나보다 두 발 정도 앞서 나간다.”
나이트가 자신이 발탁한 파커가 주목 받게 됐다는 것에 즐거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커 또한 창의적 인재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는 “여행을 떠나면 다양한 분야와 영역에서 창의적인 사람과 인연을 맺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계속 맥을 짚으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측면에서든 좀 더 유별나고 창의적이며 예술적인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각기 다른 유형의 창의적인 사람들을 모아 엄청난 일을 해내기를 좋아한다. 새로운 방향에 대해 이들과 시각을 공유할 때도 있다.”
파커가 경영 측면에서 영감을 주기 위해 말한 격언이 하나 더 있다. 스포츠에 비유한 말이다. “나이키에는 결승선이 없다(at Nike, there is no finish line)”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커의 500억 달러 매출 목표를 마치 결승선 통과하듯 이룬다면 정말로 달콤한 일일 것이다. 그 때에 이르러 편하게 쉴 수 있기까지, 파커는 아직 먼 길을 가야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