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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코칭] 효도 공익광고, 남의 일 아니다

과보호 탓 배려심 없는 아이 많아

中·獨서 국가 차원 孝 광고 제작


중국은 30년 가까이 한 가정에 자녀 한 명 두는 것을 법으로 정했었다(올해부터 두 자녀 정책으로 변경). 이로 인해 여자아이 기피현상은 물론이요, 호적에 오르지 못하는 아이(黑孩子) 등 사회 문제가 심각했다. 한편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아이를 너무 귀하게 여기다 보니 아이들이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심과 배려의식의 부족이었다.

점차 아이들의 버릇없는 행동으로 중국에서는 아이들 인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때 부각시킨 사상이 '효'였다. 필자가 7년 전 중국 베이징에 머물 때 TV 공익광고에서 끊임없이 방영되는 주제가 효였다. 손자가 조부모에게 선물을 들고 찾아가 저녁 식사를 하는 등 어른들과 손자가 함께하는 내용이었다. 공자와 맹자가 후손들이 효도를 광고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그런데 최근 독일에서도 이와 유사한 광고가 있었다.

독일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에데카의 광고다. 짧은 광고 시간으로도 메시지가 전달될 정도였다. 광고 줄거리는 크리스마스 무렵 할아버지가 등장하고 자식들이 "내년에는 꼭 갈게요"라며 바쁘다는 핑계를 댄다. 할아버지는 매년 혼자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그런데 어느 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할아버지는 자식들에게 거짓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보냈다. 슬픔에 가득 찬 자녀들이 아버지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거실에는 아버지의 장례식이 아닌 성탄절 만찬 테이블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등장해서 이렇게 말한다. "이렇게 해야 너희를 다 불러 모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리고 가족이 둘러앉아 즐겁게 음식을 먹으며 웃는 것으로 장면이 끝난다.

아마 조만간 한국도 중국·독일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아니 벌써 한참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필자가 승려이면서 효를 강조하는 것조차 모순점이 있다고 보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유교문화를 숭상하는 중국이나 한국에서 불교 법난이 일어날 때마다 1차 안건이 승려가 삭발하고 집을 떠나 부모를 모시지 않는 문제였다. 그런데 불교에서도 효를 강조한다. 불경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수급고독원 사찰에 계실 때, 비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세상 사람 가운데, 단 두 사람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좋은 일을 하여도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 그 두 사람이란 바로 어머니와 아버지다. 비구들이여, 가령 어떤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얹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얹고 다니면서 천만년 동안 의복 음식 등으로 베풀고, 병이 났을 때 치료해준다고 해도 은혜 갚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비구들이여, 너희는 마땅히 부모에게 공양해야 할 것이요, 항상 효도하고 순종해 그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불경 여러 곳곳에 효를 강조하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부모에게 큰돈을 주고 물건을 사주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지 않는다. 중국과 독일의 광고처럼 잠시 얼굴을 대하고 함께 식사하고 따스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효도라고 생각한다. 취업이 안 되고 현 생활이 어렵다고 명절에 부모를 기피하는 현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 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성공해서가 아니라 자식 얼굴 한번 보는 것을 더 원할 것이다. 그래! 우리가 수백년 수천년 살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질적 부와 명예는 순간이다. 잠깐이라도 부모와 얼굴을 대면하는 시간을 가져보라. 혹 부모와 껄끄러운 관계였다면 명절이 낀 정월달을 빌미로 객기를 부려보면 어떨까.

정운스님· 동국대 선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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