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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 대한 4,000억원가량의 유상감자 여부가 소액주주의 선택에 놓이게 됐다. 유상감자 규모가 사실상 동양이 보유한 현금자산 전체에 해당돼 감자가 단행되면 주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들이 눈앞의 일부 현금을 챙길지, 회사의 미래가치를 선택할지의 문제인 셈이다. 동양 인수를 놓고 경쟁 중인 유진그룹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일단 투자원금을 최대한 확보한 후 동양 인수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양은 유진그룹과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이달 초 각각 주주제안 방식으로 제시한 유상감자 및 정관변경 관련 안건을 다음달 30일 정기 주주총회 정식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양이 최근 법무법인 광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해 주주제안에 대한 법률 검토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1·2대 주주 측의 주주제안 안건 상정 요구를 막을 만한 특별한 법률적 하자가 없어 주총 안건으로 채택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진그룹이 제안한 유상감자 규모는 총 3,780억원(주당 4,200원)으로 감자 비율은 38% 안팎이다. 파인트리 측의 유상감자 규모는 총 3,840억원(주당4,000원)으로 감자 비율은 40%다. 양측이 제시한 유상감자 규모는 현재 동양이 동양시멘트 매각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 5,000억원 중 세금(약 600억원)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한 실질적으로 가용 가능한 내부 현금 전액을 부담해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유상감자는 주식 수를 줄여 자본금 일부를 환원하는 것으로 주주는 기존 지분율의 감소 없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지만 남은 지분 가치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유상감자는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어서 발행주식의 과반수 이상 참석 및 참석한 의결권의 66.7%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유진그룹(9.31%), 파인트리(9.75%) 모두 특별결의를 단독으로 통과시킬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한 만큼 이번 안건의 통과 여부는 발행주식 총수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달려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주주들의 동양 주식 평균 매입가격이 2,000~3,000원 수준이라 이번 유상감자 안건이 통과되면 주주들은 일단 수익을 올리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회사 자산이 줄어들고 본업인 레미콘 사업 강화 등에 써야 할 내부 현금은 사실상 사라져 남은 지분 가치는 추락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이번 정기 주총에는 선임 가능한 이사진 숫자를 늘리는 유진그룹과 파인트리의 정관변경 안건도 상정될 예정이다. 유진그룹은 이사진 정원을 기존 10명에서 15명으로 늘리고 사내이사 3명을 선임해줄 것을 요구했다. 파인트리 측 역시 정원을 16명으로 확대하고 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2명 등 총 3명을 선임해줄 것을 제안했다. /박준석기자 p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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