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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일본 노후파산 남의 일 아니다

■노후파산(NHK 스페셜 제작팀 지음, 다산북스 펴냄)

"예금도 있고 내집도 있는데…"

노후준비 했던 평범한 사람들 파산 위기 몰린 日 현실 담아 '충격'

사회보장제 취약성 극명히 드러내 노인빈곤율 높은 한국에 '경종'

노후파산
돈


"매달 연금으로 160만 원을 받고 있고 나가는 돈은 160만 원이 넘는다. 사치를 부리면서 사는 것도 아니다. 방송에서는 의료비와 돌봄 서비스 비용을 절약하면서 산다는 데, 저는 그 돈을 아끼면 죽는 수밖에 없습니다".

고령자의 안정된 고용 촉진을 위해 취업을 원하는 고령자가 비자발적으로 경제활동에서 은퇴하지 않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와 함께 세부적 프로그램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 이곳에 사는 70대 노인은 NHK 스페셜 제작팀에게 이같이 말했다.

80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해 전체 인구(1억2,000만명)의 7.9%에 이르는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노인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간 일본인들은 직장에서 정년까지 착실히 일하면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었지만, '워킹푸어'편을 제작한 NHK 스페셜 제작팀이 숨겨져 있던 노인들의 비참한 현실을 다큐멘터리로 방영하면서 그 같은 믿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노후파산'은 방송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노인들의 일상을 생생히 담은 책이다.

노후파산이란 의식주 모든 면에서 자립능력을 상실한 노인의 비참한 삶을 일컫는 용어로, NHK 프로듀서가 방송을 제작하면서 만든 신조어다.

책의 파장은 생각 이상이었다. 노후를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닌, 저마다 나름대로 노후를 준비해왔던 사람들이 노후파산의 위기에 몰려 있는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노후파산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어느 정도의 예금이 있고, 자기 소유의 집도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비참한 노후를 예상하지 못했다. 열심히 인생을 살며 노후를 준비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노후를 준비해왔던 평범한 사람들이 노후파산의 위기에 몰렸다는 현실이 드러나자 일본 사회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노후정책이 잘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제작팀은 몸이 아프거나, 부양해야 할 부모가 있거나, 자녀의 취업이 어려워져 부모의 연금에 기대 사는 등 어느 것 하나만 조금 어긋나도 노후파산에 빠져들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의 취약성을 문제 삼는다.아울러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 만들어진 제도를 재검토하지 않는 것이 노후파산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도 있다고 지적한다.

책을 읽다 보면 노후파산 문제가 이웃 나라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인들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수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일본의 노후파산 문제를 옆집 불 구경 하듯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셈이다.

우리나라보다 노후 정책이 잘 마련돼 있고 노인빈곤율이 우리 보다 낮은 일본에서도 많은 노인들이 노후파산에 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NHK 제작팀은 "노후파산에 처한 고령자를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발을 내디딜 것인가. 무엇보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그 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장을 알아야 비로소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비록 명확한 답을 보여주는 책은 아니지만,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노후파산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만5,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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