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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 새로운 캠퍼스 건축, 숭실대학교 학생회관

사방으로 열린 공간… 캠퍼스 구심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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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관이 들어선 대지는 중앙광장보다 약 12m 낮은 곳에 위치한다. 설계자는 주변 건물의 채광과 환기, 전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낮고 넓게 건물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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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대 중문 쪽에서 학생회관의 정문을 바라보면 1~2층 정도의 작은 규모로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서 확인하면 광장 밑으로 숨어 있던 지하2층~지상5층 규모의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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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자는 토지를 100% 이용하는 것을 포기하고 건물 동 측과 남 측에 삼각형 모양의 빈 공간을 뒀다. 덕분에 광장 밑의 건물 내부에서도 채광과 환기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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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관 3층의 식당은 낮이면 형광등을 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채광이 좋다.

낮고 넓게 건물 설계해 주변과 조화… 채광 위한 빈공간 둬 쾌적성도 확보

크기 높이 다른 공간들 유기적 배치

각층·건물 이어주는 경사로·발코니에 25개 넘는 출입구 설치해 안팎 소통


숭실대 학생회관의 모습은 숭실대 중문으로 들어서서 몇 걸음 떼기도 전에 눈에 들어왔다. 겉에서 보기에는 2층의 아담한 규모. 기대했던 모습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건물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멀리서 봤던 외형과는 전혀 다른 학생회관과 마주할 수 있었다. 건물 대부분이 광장 아래에 잠겨 있듯 위치해 중문 쪽에서는 '빙산의 일각'만 볼 수 있는 탓이다. 지난 2011년 새롭게 들어선 학생회관은 독특한 설계로 주변 건물과의 조화를 이뤄내며 숭실대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출입구만 25개 이상인 이 건물은 대학 캠퍼스 건물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울했던 학생회관의 새로운 탄생

기존에 학생들이 사용하던 학생회관은 정문 바로 옆에 위치했다. 현재는 미래관이라는 이름으로 리모델링했지만 당시에는 너무 낡은 탓에 차갑고 어두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동아리방이 들어서는 장소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숭실대에 재학 중인 정씨(24·영어영문)는 "1학년 때는 동아리방이 예전 학생회관에 있었는데 건물이 낡아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축 쳐졌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내부의 벽이 어두운색으로 칠해져 있던 것도 그런 분위기에 한몫을 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학생회관은 숭실대 대운동장 주변의 노후화된 스탠드를 철거한 자리에 들어섰다.

건물이 들어선 대지는 중앙광장보다 약 12m 정도 낮은 곳에 있는데다 땅의 넓이에 비해 예정된 건물의 연 면적이 2만㎡에 달해 전체 캠퍼스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설계자는 건물의 크기에 만족하면서 주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했고 그 결과 '낮고 넓게 펼쳐진' 현재의 숭실대 학생회관이 탄생하게 됐다.

숭실대 학생회관을 설계한 최문규 연세대 건축학과 교수는 "학생회관에 들어설 공간을 동아리실과 그 외의 기능, 크게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누고 기능적이고 유기적인 평면적, 단면적 배치를 통해 전체 건물의 실들을 구성했다"며 "이렇게 평면을 만든 덕분에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각 공간의 요구를 만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변과의 조화·공간 쾌적성까지 확보

현재의 학생회관은 대지가 광장보다 낮고 연면적이 넓다는 한계에도 주변 건물과의 조화를 이뤄냈다.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인 건물의 3층까지 광장 아래(지하)에 지으면서 외부에 노출되는 규모를 최소화했고 그 결과 다른 건물들의 조망과 채광을 가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부 공간 자체의 쾌적성을 확보하는 것도 성공했다.

건물은 절반 이상이 땅에 묻힌 듯 위치한 탓에 자칫 과거의 학생회관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어두운 공간이 될 수도 있었다. 설계자는 토지를 100% 이용하는 것을 포기하고 건물 동측과 남측에 삼각형 모양의 빈공간을 뒀다. 덕분에 광장 밑의 건물 내부로도 사방에서 빛이 들어오고 자연스럽게 환기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학생회관 건물을 가로지르는 중앙광장에서 운동장까지 연결되는 가운데 계단 또한 건물의 채광과 환기를 돕고 있다.

특성상 여러 목적의 공간들이 들어서야 했던 문제 또한 유기적으로 해결했다.

건물에는 큰 식당 3개와 매점, 200석 규모의 극장, 행정시설, 80개에 달하는 동아리방 등이 포함됐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면적과 높이를 요구했다. 그 탓에 모두 같은 높이를 갖는 하나의 공간으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 각 층이 경사로로 이어지게끔 설계되고 곳곳에 발코니를 설치했다. 공간의 용도에 따라 천장 높이가 달라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경사와 빈 공간을 이동통로와 발코니로 사용한 것이다.

학생들의 중심 동선으로 거듭난 학생회관



숭실대 학생회관은 이제 학생들이 학교 구석구석으로 향할 수 있는 일종의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내외부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특징 때문이다. 학생회관을 걷다 보면 건물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연결이 자연스럽다. 곳곳에 만들어진 발코니와 데크가 외부 공간으로의 연결선을 만들어주고 있어서다. 덕분에 학생회관에는 내외부를 잇는 출입구만 25개가 넘는다. 하나의 건물이면서 학교 전체의 공간으로 향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을 한데 모아주는 구심점 역할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옥상이나 건물 곳곳에 위치한 발코니 등에서 한데 모여 담소를 나누거나 휴식을 취한다. 반투명 유리를 통해 복도에서 훤히 보이는 2층의 동아리방은 과거 폐쇄적이었던 공간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3층 식당도 언제나 학생들로 북적이는 공간이다. 널찍한 유리창을 통해 빛이 항상 환하게 들어오기 때문에 식사를 하지 않을 때도 토론이나 조모임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학교를 졸업한 장씨(27·정보통신전자공학)는 "학생회관이 새로 지어진 후로는 학교생활의 절반 이상을 이곳에서 보냈다"며 "어떻게 보면 단순한 건물 하나가 들어선 것이지만 학교 전체의 분위기를 바꿔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숭실대 학생회관 설계한 최문규 연세대 교수 "학생·교직원 자유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 되길 바랐다"



"개인적으로 좋은 건축사는 좋은 건물을 설계하고 또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건물을 설계하면서 도시 속에 자유롭게 열린 좋은 공간을 만들고 그 주변의 도시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문규(사진) 교수는 도시 공간 속에서 건축물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건물에 대한 그의 철학은 숭실대 학생회관을 설계할 때도 그대로 적용됐다. 그는 학생회관이 단순한 건물이 아닌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게 계획했다.

최 교수는 "주변 건물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건물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배치를 결정했다. 특히 건물 내부에 식당·동아리방·극장 등 여러 목적을 가진 공간들이 공존하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편하고 자유롭게 서로 만나는 장소가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최 교수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준공된 후 학생회관이 여러 사람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 학생회관에 25개가 넘는 출입구를 설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는 "건물의 곳곳에서 내외부로 출입이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외부공간을 계획했다"며 "결과적으로 건물이 만들어진 후 스스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도 이런 공간들"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학생회관이 지난 2012년과 2013년 연속으로 서울시건축대상과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장점들 덕분이었다.

물론 아쉬움도 남아 있다. 어떤 건축물도 설계자와 시공자, 그리고 건축주의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하는 것은 어려운 탓이다.

최 교수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건물이기는 하지만 사용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실내외 공간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아직 공간 활용이 완벽하게 되고 있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문규




/정순구기자 soon9@sed.co.kr 사진=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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