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최근 외국계 시장조사업체인 프로스트 앤 설리반에 의뢰해 재미 있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미국 기업들이 스마트폰 등 경영에서 이동통신단말기(모바일기기)를 얼마나 이용하기 있는지를 살펴본 조사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미국 기업중 72%가 직원들에게 업무용으로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종업원들의 절반 가량이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자택 등 본사 사무실 밖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스마트폰 시장은 정체상태이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용, 업무용 스마트폰 시장은 모바일 근무추세 확산 덕분에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사업 아이디어 정도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선진국, 신흥국 할 것 없이 경제성장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경제정책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의 중심축을 기업-소비자간 상거래(B2C)에서 기업간 상거래(B2B)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가계는 소비 여력이 저하된 반면 기업이나 기관은 돈을 슬 여력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가계 부채가 가처분소득 대비 135%대까지 상승해 소비 여력을 갉아 먹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무려 710조원대에 달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다. 미국 애플사의 경우도 사내 유보금이 이미 지난해 1,5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전세계적으로 주요 기업들은 경기불안에 대비해 사내유보금을 넉넉히 쌓아두는 추세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떻게 하면 기업과 정부 기관의 지갑을 열어 고객으로 만드느냐다. 기업 고객의 경우 경영혁신과 신사업 발굴 등의 분야에 B2B소비자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업들은 운영분야에선 스마트오피스, 스마트공장 등을 통해 생산효율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으며, 투자분야에 바이오, 로봇,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신사업 기회를 엿보고 있다. 따라서 해당 기업들을 고객으로 포섭하려는 B2B사업자이라면 생산효율성 향상을 위한 경영솔루션 패키지를 하드웨어(모바일기기, 지능형 생산설비 등)와 소프트웨어(모바일 보안서비스, 운영체계 플랫폼 등) 상품을 개발해 마케팅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모바일 보안용 플랫폼인 녹스 등을 개발해 업무용 스마트폰과 연계 판매하는 등 B2B시장으로 보폭을 넓혀가는 것을 다른 기업이나 산업정책 당국자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다만 B2B경제로 전환하려면 무엇보다 내수시장의 경우 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일소해야 한다. 기업들이 계열사나 오너 일가의 소유의 특수관계법인으로 사업을 몰아주는 폐쇄적인 시장에선 기업고객을 상대로 서비스와 제품을 판매하는 B2B시장은 커질 수 없다. B2B상품은 점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토탈솔루션 패키지화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개별기업이 독불장군처럼 성공하긴 힘들며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강점을 갖는 기업들이 제휴나 공동투자를 통해 동맹을 맺어 공동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개방형 B2B생태계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정보산업부 민병권차장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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