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은 16일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공천심사 결과와 관련, “이번 공천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며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운 때에 매우 걱정스럽다”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천 심사 결과 친이계 좌장이었던 5선 중진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예비후보들이 줄줄이 컷오프 되거나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데 대해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 현안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온 이 전 대통령이 공천 결과에 대한 반응을 내놓음에 따라 친이계 인사들이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당장 공천배제 된 이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강승규 전 의원, 주호영·조해진 의원 등은 밀실·보복공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가운데 임태희 전 실장과 강승규 전 의원은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공천심사에서 탈락했고,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경선에서 패배했다. 일부에서는 친이계의 대규모 공천배제를 놓고 이 전 대통령이 직접 반응하면서 전·현 정권의 충돌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공천결과가 계속 미뤄지고 있는 유승민(대구 동구을) 의원의 거취에 따라서도 친 유승민계 무소속 연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이틀새 유승민계 의원들중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은 대구 지역의 김희국·류성걸·권은희·홍지만 의원과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조해진(경남 밀량의령함안창녕)·이이재(강원 동해삼척) 등이다. 이 가운데 조해진 의원은 이번 공천 결과에 대해 “역대 최악의 밀실·보복공천이자 정당민주주의를 압살하는 공천”이라고 비판하며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 놨다. 여기에 유 의원까지 컷오프 되는 상황이 오면 친유승민계 현역들이 일제히 무소속 연대로 뭉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유 의원 거취를 놓고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도 대구에서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무소속 연대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새누리당은 유 의원의 공천 여부를 둘러싸고 당 최고위의 의견 수렴 과정까지 거쳤지만, 진통만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에선 유 의원을 ‘당 정체성 위반’ 사유로 낙천시켜야 한다는 의견과 여론의 ‘역풍’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친이·유승민계가 무소속 출마를 해도 파괴력은 과거 친박연대처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유 의원은 (당선) 가능성이 있지만, 이재오·진영 의원은 ‘해볼 만한 정도’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유승민계가 무소속 출마를 위해서는 ‘반박(反朴)’의 깃발을 들어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TK)에서 먹힐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공천학살의 피해자인 점과 개인의 경쟁력에 따라서는 생환 가능성도 있어 예측불허의 판세가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홍길기자 what@sed.co.kr /류호기자 r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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