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긴장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은 연일 무력시위와 협박을 벌이는 가운데 군은 24일 오후부터 경계태세 강화에 들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군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라”고 주문하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도 비상상황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북한의 잇단 위협에 대한 청와대 입장’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부는 전날 성명에서 우리 측의 ‘참수작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1차 타격 대상은 동족 대결의 모략 소굴인 청와대와 반동통치기관들”이라고 지목했다. 북한은 24일에도 위협 수위를 높여나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분출시험이 “성공했다”며 “적대세력들을 무자비하게 조겨댈(힘있게 때리다) 수 있는 탄도로케트(로켓)들의 위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 홍보수석은 “북한은 어제 중대보도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제거를 거론하고 정규부대와 특수부대 투입까지 암시하며 위협했다”며 “또한 청와대를 비롯한 주요 대상들을 제거하는 작전에 진입할 준비태세가 돼 있다고 협박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이날 오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극단적 도발 위협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군은 경계태세를 강화하면서 북한의 고체로켓 엔진의 지상 분출시험에 대한 정밀분석에 착수했다. 고체연료는 기술적으로 개발이 어렵고 상대적으로 추진적이 떨어지지만 이동형 발사대에서 즉시 발사가 가능해 사전탐지 및 대응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군 관계자는 “액체연료를 사용할 때 연료 주입에서 발사까지 30~40분이 소요되던 시간이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10~15분대로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 군의 유사시 대응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군이 오는 2020년대 중반까지 구축할 ‘킬체인(미사일 탐지 요격 등 일련의 과정)’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하고 요격하는 데 최소 25분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자칫 킬체인도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과 신형 방사포 등에는 고체연료를 사용하지만 스커드와 노동·무수단·KN-08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은 액체로켓을 사용하고 있다. 군은 북한이 고체로켓 엔진 분출시험에 진짜로 성공했다면 머지않아 각종 미사일의 연료를 고체화하거나 신형 고체연료 미사일을 새로 생산하는 단계까지 넘어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이런 타격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김 제1위원장의 앞에 펼쳐진 고체로켓 엔진 설계도와 시험 후 화염에 검게 그슬린 ‘대출력 고체로켓 엔진 분사구’ 사진까지 공개했다. 이 분사구의 크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08 분사구와 비슷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에도 고체연료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스커드와 노동 미사일에 고체로켓 엔진을 사용할 가능성은 크지만 KN-08까지는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권홍우·맹준호기자 ho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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