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연이은 ‘호남 러브콜’에 영남 선대위가 뿔났다. 부산·울산 지역 공동선대위원장들이 공동위원장의 전체 사퇴까지 언급하며 김종인 대표에게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김종인 대표가 29일 부산을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문했지만 부산·울산지역 당원들의 불만에 직면했다. 부산·울산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들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부산·울산 국회의원 후보자 연석회의’에서 ‘영남 홀대론’을 앞세워 김 대표를 압박해 들어갔다.
김 대표를 향한 첫 포문은 강용호 부산시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열었다. 강용호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김종인 대표가 당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산의 입장을 잘 몰라 그러시는 거 같다”면서 “눈을 부릅뜨고 부산을 봤다면 (부산 몫 비례대표 순번을 20번이 아니라) 15번에 배정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용호 위원장은 “전체 공동선대위원장들이 일선에서 뛰는 우리 후보들 위해서 이 직을 사퇴할 수 없었다”면서 사퇴까지 고려했음을 비쳤다. 비례대표 논란의 당사자인 유영진 부산시당 공동선대위원장도 “(불만이 있었지만)마음을 굳게 먹고 선대위원장들이 함께 열심히 하자는 결의를 했다”며 강용호 위원장의 말에 힘을 실었다.
이날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두 위원장은 계파가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진 위원장은 2012년 문재인 전 대표에 의해 영입됐고, 강용호 위원장은 2012년 총선 당시 부산시당에서 비노계의 지원을 받았다. 그럼에도 두 위원장이 함께 움직인 데에는 영남이라는 공통 분모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대표가 지난 27일 광주에서 ‘호남 대통령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1일 다시 광주에 방문하는 등 호남과 스킨십을 늘려가는 것에 영남 지역 지도부가 위기의식을 느낀 결과라는 것이다.
부산·울산 선대위원장들과 후보자들은 김종인 대표에게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오창석 후보(부산 사하을)의 “저를 도와주고 싶으시다면 이 자리에서 저의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해달라”는 요청에 선대위원장들은 웃으며 박수를 쳤다. 강용호 위원장은 “각 후보들의 정당선거사무소를 반드시 중앙당 차원에서 준비해달라”면서 “괜히 (지원을 요청하는)서류를 올리면 당대표 결재가 안 났다고 하지 말아달라”고 거듭 지원을 호소했다. 이재강 후보(부산 서·동)도 “돈을 많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종인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가 그렇게(하겠다)”라고 짧게 답했다. /전경석기자 kada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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