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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교도소도 늙어간다

조기은퇴로 궁핍·좌절감에 빠진 노인들 범죄 증가

60세이상 수형자 10년새 3배...작년 3,000명 넘어

2년간의 복역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3월 출소한 최중근(가명·78) 씨. 그는 다시 사회로 돌아오긴 했으나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딱히 배운 기술도 없는데다 팔순을 바라보는 그에게 일자리를 줄 만한 곳도 없어 앞으로 살길이 막막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결국 남의 물건에 손을 댔고, 지난달 서울 시내 예식장을 돌며 축의금 200여만 원을 훔친 혐의로 또다시 쇠고랑을 차는 신세에 놓였다.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고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고령 수형자가 최근 5년 새 급증했다.

0415A30 60세이상수형자




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교도소에서 수감 중인 60세 이상 수형자는 3,324명에 달한다. 전체 수형자가 3만5,098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0명 가운데 1명이 60세 이상 고령이다. 이순(耳順)을 넘어 유죄를 선고받은 수형자들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05년에는 1,032명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2,150명으로 늘었다. 이후 한 해 평균 300명 이상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3,000명 선을 돌파했다.

이처럼 죄를 짓고 교도소로 향하는 어르신이 늘고 있는 이유는 경제적 궁핍과 이에 따른 실망·좌절감으로 폭력·절도 등 범죄를 저지르는 60세 이상 노인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남의 금품에 손을 대거나, 스스로 “무시당한다”, “어른 대접을 하지 않는다”고 여겨 별다른 이유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어르신들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자연히 철창행 신세를 지게 되는 60세 이상 노인이 늘고 있다. 대검찰청의 ‘2015 범죄분석’을 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절도·사기 등 재산범죄 발생비는 2005년 고령자 인구 10만 명당 143.4건에서 2014년 303건으로 급증했다. 살인 등 흉악범죄와 폭력범죄도 같은 기간 각각 4.7건에서 18.8건으로, 121.3건에서 208.8건으로 늘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소득이 없고, 자식에게 기대기도 힘든 어르신들은 결국 생존을 위해 불법 수단에 눈을 돌리게 된다”며 “의학 발전으로 평균 수명은 길어진 데 반해 조기 은퇴 등으로 일찌감치 가장의 위치를 포기해야 하는 점도 폭력 등 노인범죄 증가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고령 인구의 증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정부는 이들이 범죄에 내몰리지 않도록 복지·연금제도를 보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어르신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녀 양육에 번 돈을 모두 쏟다 보면 부모들의 삶은 자연히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20대 이후 삶은 자녀들이 책임진다’는 식의 의식 전환도 우리 부모들에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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