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 젊은이들은 대부분 은행 문을 두드리거나 온라인 개인간(P2P) 금융을 찾고 있다. 심지어 난징 같은 대도시에서는 자기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수억원짜리 아파트를 계약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아파트 가격의 20~30%인 계약금은 부동산 업체가 제공하는 민간신용대출이나 온라인 P2P대출로 해결할 수 있고 잔금은 전액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양씨처럼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한 아파트 구입자가 늘면서 중국 부동산시장의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 주택 가격의 3분의1에 달하는 계약금을 충당하기 위한 대출이 급증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담보대출이 늘면서 지난해 중국의 부실대출(NPL) 비중은 전년 대비 0.42%포인트 오른 1.67%에 달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금융권의 실제 부실대출 비중을 약 8%로 보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직전 미 금융권 부실대출 비율(14.6%)의 절반을 넘는 규모다.
중국 매체들도 급등하는 중국 1선도시 아파트 가격에 우려를 나타내며 거품붕괴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21세기경제보는 최근 실적을 공개한 10개 주요 상장은행의 대출상황을 분석해 대형 국유은행의 신규 대출 대비 주택대출 비중이 평균 50%에 육박했다고 보도했다. 주택대출 비중이 큰 건설은행은 60.19%에 달했고 공상은행과 초상은행의 주택대출도 각각 55%, 54%로 절반을 넘었다.
WSJ는 은행대출이 불가능한 계약금의 경우 온라인 P2P대출로 충당하는 경우가 늘면서 1월 중국 P2P 주택 관련 대출규모가 9억2,400만위안으로 지난해 7월 대비 3배 가까이 올랐다고 지적했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 급증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 충격파를 몰고 온 중국 시장 거품 붕괴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경제특구 선전의 경우 2월 주택 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57%나 뛸 정도로 급등했는데 이 같은 중국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은 지난해 여름 붕괴 직전 중국 증시의 데자뷔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시장 거품에는 중국 당국의 경기부양책도 한몫했다. 중국은 2~3선도시 미분양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부동산지원책을 내놓았지만 1선도시의 부동산 거품만 키운 상황이다.
밍장 중국 사회과학원 선임 연구원은 “1선도시 부동산 가격 급등에는 거대한 위험요소가 잠재돼 있다”면서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 주택담보대출을 부추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실험”이라고 꼬집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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