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4일 서울 홍은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처음으로 밝힌 의견이다. 그는 “우리 국민이 우리 당을 전국정당으로 만들어준 것은 무엇보다 감격스럽다”면서도 “우리 호남의 패배는 아주 아프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더민주가 호남 지역에서 국민의당에 밀려 의석 28석 중 3석만 확보하는 데 그쳤지만 전국적으로는 원내 1당으로 발돋움하는 성과를 거둔 만큼 당장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대신 호남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호남 민심을 얻지 못하고서는 대권을 향한 꿈을 이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더민주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방문한 광주에서 “호남이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문 전 대표의 이러한 노력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이날 문 전 대표에 대해 “고군분투 수고했다. 수도권에서 우리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대해서는 “호남 민심을 달래는 데는 별로 효과가 없다고 본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문 전 대표와 거리를 두면서 ‘호남 맹주’를 자처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원내 제3당의 입지를 확고하게 다진 구도는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 전 대표에 대해 섣부르게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이를 번복했다는 비판도 당내 안팎에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