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정부가 글로벌 은행으로부터 100억달러(약 11조3,200억원)의 자금 차입을 추진한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가 외국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1991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사우디는 10억달러를 해외에서 조달했다.
사우디 정부에 대한 대출에는 도쿄미쓰비시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 JP모건 등이 참여할 예정이며 정확한 대출이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달러에 대한 런던은행 간 금리(Libor·리보)에 1.2%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만기의 이번 대출은 국채 발행을 위한 준비작업의 성격이 짙다고 FT는 전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에웬 카메론 최고투자전략가는 “이번 대출은 사우디가 시장을 테스트하고 국제 대출시장에서 프로필을 쌓기 위한 것”이라며 “사우디는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길을 닦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사우디가 재정수입 악화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를 늦추고 국내 은행의 자금지원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이 이번 해외자금 조달의 배경으로 분석했다. 저유가로 재정이 급격히 줄면서 사우디의 외환보유액은 2014년 말 이후 1,500억달러(170조원)나 감소했다. 올해 역시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9%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우디 외에도 오일달러 유입이 줄어든 다른 중동 산유국들도 잇따라 해외자금 조달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50억달러의 자금을 차입한 카타르는 국제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하기 위한 제안서를 발송한 상태이며 레바논 역시 10억달러의 국채 발행 계획을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정부도 뱅크오브 아메리카(BoA), JP모건 등을 국채 발행 주간사로 선정하고 이번주 투자자 미팅을 개최할 예정이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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