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분으로 나눠준 배출권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내뿜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해분 온실가스 배출권 정산 시한인 6월30일까지 매입, 차년도분 차입 등의 방법으로 초과 배출량에 대한 배출권을 구하지 못할 경우 시세의 세 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공급이 지나치게 부족한 현 상황이 지속할 경우 정부 보유분 1,400만톤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방침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할당배출권 거래가 이뤄진 일수는 이날 현재까지 11·15·18일 등 불과 3일에 그쳤다. 3일간 거래량은 8만7,800톤이었다. 상쇄배출권의 경우 7일에 걸쳐 32만톤이 거래됐다.
하지만 4∼6월이 지난해 약 5억7,000만톤의 배출권을 할당받은 525개 업체가 3월 말까지 환경부에 실제 배출량을 보고한 뒤 본격적으로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현재까지의 거래실적은 극히 저조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포스코 등 대기업들은 부족분을 이미 다 구매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배출권을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다. 지난해 말부터 수개월 간 시장을 지켜봐 왔는데 4월이 돼서도 물량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올해 배출권을 앞당겨 사용해 지난해 초과 배출량에 대한 과징금을 면한다 해도 내년에는 또 어떻게 배출량과 할당량을 맞출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남는 배출권을 가진 업체들도 내년·내후년에 쓰려고 시장에 팔지 않고 움켜쥐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거래소에서 2015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할당배출권 거래가 성사된 날수는 총 5일에 불과하다. 상쇄배출권의 거래 일수는 그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시장이 사실상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상황이 이렇자 환경부는 시장 안정화 조치의 하나로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1,400만톤의 배출권을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게다가 다음 연도 배출권 할당량에서 차입해 쓸 수 있는 한도를 현행 10%에서 상향 조정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할당 업체 통틀어서는 700만톤의 여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시장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할 때 정부 보유분 공급 등의 시장 안정화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보유 물량 자체가 미미해 해당 물량 공급이 시장 안정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어 보인다는 점이다. 적은 물량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급하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면밀한 분석 없이 물량을 시장에 풀 경우 자칫 배출권 거래제의 도입 취지 자체가 무색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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