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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규제프리존, 지역경제 생태계 씨줄·날줄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최근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모델3’가 불과 36시간 만에 27만6,000대의 사전 주문을 받아 ‘스타성’을 입증했다. 순식간에 예상 매출 13조원을 창출한 이 차는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사람이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테슬라를 향해 정보기술(IT) 기업인지 자동차 기업인지 정체성을 묻기도 한다. 쓰임새로 말하면 자동차임이 분명하지만 파워트레인이나 핵심 부품, 높은 소프트웨어 의존성 등으로 따지면 전통적 자동차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것이 첨단 융·복합 기업이나 제품의 혁신성이다. 거꾸로 말해 혼란을 야기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혁신이 아닌 것이다. 정체성 혼란은 우리가 익숙한 사고의 틀을 벗어난 자연스러운 결과다.

문제는 이 같은 융·복합 혁신이 파격적이고 속도가 빠를수록 기존의 정책과 제도는 자칫 혁신을 방해하는 규제나 걸림돌로 전락하기 쉽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교통연구원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이 한 언론사와 공동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융·복합의 대표 분야인 ‘미래 교통’ 기술 경쟁력에서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 중 최하위권인 7위에 머물렀고 1위인 미국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차원(3D) 프린터 등 제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는 급격한 혁신의 시대에는 규제개혁에도 혁신적 발상이 필요하다. 과감한 규제 특례와 맞춤 지원이 핵심인 ‘규제프리존’이 대표적이다.



규제프리존은 전국 단위에서는 완화하기 어려운 민감한 규제를 특정 지역에 한해 특례를 부여함으로써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창출된 기술을 적극적으로 상용화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유도하는 것이다. 기존의 규제개선 방식과 다른 점은 무엇보다 ‘상향식(bottom-up)’과 ‘하향식(top-down)’을 병행해 규제 특례를 발굴한다는 것이다. 지역 현실을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혁신기관 등과 논의해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규제 특례를 발굴한다. 동시에 중앙정부, 산업별 전문가도 규제 특례를 발굴해 지역에 제시한다. 이러한 쌍방향 협업은 규제프리존 내실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규제프리존은 지역의 다양한 특화 자원이 융합될 수 있는 공간 기반(place-based) 정책이다. 산업·문화·복지·환경 등 부문별·수직적으로 추진되던 기존 지역정책과는 다르다. 규제프리존에서는 산업·입지·환경규제 등이 함께 철폐된다. 또 신산업 사업화와 연계된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재정·세제·인력·입지 등 범정부적 인센티브도 함께 지원된다.

규제프리존 내 규제 특례는 규제의 특성에 따라 적용 범위가 차별적으로 설정된다. 기존 특구에서 규제 특례가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것과 다른 점이다. 예를 들어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숙박공유 서비스 등 산업별 특례는 광역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반면 호텔·관광단지 등을 개발하기 위한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의 입지 관련 특례는 해당 공간에 한해서만 적용될 수 있다. 규제 특성에 따라 특례 적용 범위를 다변화하고 창의적이고 과감한 규제 특례가 발굴되도록 한 것이다. 그간 정부는 시·도별 27개의 지역 전략 산업을 선정했고 상반기 중 개별법령·하위법령·지침을 개정할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국회에서 ‘지역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돼 입법을 기다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 초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

지금 벌어지는 산업의 융·복합은 관련 산업의 생태계 구축과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생태계 구축이 경쟁력이 됐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는 규제개혁은 단지 수직적인 특정 산업에 대한 처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씨줄과 날줄을 엮어 옷감을 짜듯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규제개혁이 필요하다. 규제프리존은 지역을 거점으로 전략 산업의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원할 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에 대한 국가 경제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하는 데도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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