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자인 피해자가 하급자인 가해자의 합의를 종용해 폭행사건을 덮어버릴 수 있는 여지를 없앤 것이다. 국방부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군형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작년 6월 30일 국회에 제출한 이 개정안은 병영 구타와 가혹 행위를 근절하고자 피해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군형법에도 상관, 초병, 직무수행 중인 군인에 대한 폭행과 협박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지 않는 군인에 대한 폭행과 협박에는 일반 형법의 ‘반의사불벌(反意思不罰)’ 원칙이 적용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 국방부는 “군인 상호간 폭행·협박은 창군 이래 지속해온 악습임에도 현행법 체계 아래에서 제대로 근절되지 못했다”며 “처벌 여부를 피해자의 의사에만 맡겨둘 수 없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4년 후임병사들을 괴롭힌 혐의로 기소된 당시 새누리당 N의원의 아들도 ‘반의사불법’ 원칙이 적용돼 구속영장이 기각돼, 봐주기 논란이 일었었다.
국방부는 또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 개정을 통해 영내 폭행이나 가혹 행위를 묵인·방조한 장병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된 훈령에 따르면 영내 폭행이나 가혹 행위를 묵인·방조한 지휘관은 감봉 이상의 징계를 받으며 지휘관이 아닌 간부도 감봉이나 근신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병사의 경우 묵인·방조를 하면 분대장은 영창이나 휴가 제한, 일반 병사는 휴가 제한의 처분을 받게 된다.
임천영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병영 내 구타 및 가혹 행위 근절은 병영문화혁신과제 중에서도 핵심과제”라며 “이번 법 개정과 훈령 개정은 병영 내 구타 및 가혹 행위를 예방하고 건전한 병영문화를 조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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