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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소야대를 갈등 기회로 삼으려는 北 군사회담 제의

북한이 핵실험 이후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남 대화 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북한 당국은 20일 국방위원회 공개서한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군사회담 언급에 지체 없이 화답하라고 촉구한 데 이어 21일에도 인민무력부 통지문을 통해 5월 말∼6월 초 남북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자고 제의했다. 북쪽이 제기한 대화 명분은 여전히 “조선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쌍방 사이의 군사적 신뢰 분위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비핵화 조치에 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 자신의 핵보유국 위치를 인정한 다음 대화에 나서라는 협박과 조롱에 다름 아니다.

우리 정부는 당연히 비핵화 조치가 최우선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북측의 제의를 일축했다. 북한 당국이 그런 현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굳이 군사회담 제의에 나선 데는 두 가지 정세 변화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對北)제재 조치가 점점 더 북한의 목을 조여오는 데 따른 탈출구 모색이다. 현재 국제사회의 압박은 중국의 동참과 더불어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등 북측으로서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단계다. 그야말로 고립무원인 셈이다.

두 번째는 한국 정치의 구도 변화다. 과거 북한이 저질러온 핵실험이라는 초강력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는 실험 후 몇 달 지나지 않으면 어김없이 평화를 내세운 대화론이 고개를 들곤 했다. 이는 곧바로 북핵 해법을 둘러싼 남남갈등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 그런데다 지난 총선에서 나타난 여소야대의 정치 환경은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음 직하다. 이제 이런 패턴은 종식시킬 때가 왔다. 한국 사회가 또다시 대화 제의에 넘어갈 경우 북한에는 추가 핵실험의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한국 정부와 대화하고 싶다면 먼저 핵을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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