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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개발의 두 얼굴





1961년 5월25일,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케네디 대통령이 ‘국가의 긴급 과제에 대한 특별 교서’를 발표했다. 육군 개편과 해병대 증원, 실업자 대책 등을 담은 특별 교서의 백미는 ‘10년 이내 달 착륙’. 케네디 대통령은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가 안전하게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앞으로 5년 동안 70억~90억 달러의 특별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왜 ‘긴급’이라는 단어를 동원했을까. 미국 대통령의 ‘특별’교서 자체로도 중압감을 갖기 마련인데 ‘긴급’까지 더한 이유가 있다. 연설 시점은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를 여행해 미국에 ‘가가린 쇼크’를 안긴 지 43일 후였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케네디의 연설에 미국인들은 환호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반신반의한 것이다. 인간이 과연 달에 착륙할 수 있을까를 의심했지만 미국은 끝내 1969년 7월 아폴로11호의 달 착륙과 지구 귀환 성공으로 꿈을 이뤘다. 탐사선에 탄 우주인이 달을 찍고 지구로 돌아온 우주선은 아폴로 11호부터 17호까지 여섯 차례에 이른다. 우주개발의 주도권도 미국으로 넘어왔다.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먼저 쏘고 유인 우주비행까지 미국에 앞섰던 소련은 왜 우세를 유지하지 못했나. 돈 때문이다. 미국이 아폴로 계획에 투입한 예산은 250억 달러. 요즘 가치로 1,40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이 들어갔다. 미 항공우주국(NASA) 직원 3만4,000명에 대학과 연구소, 기업의 연구인력도 37만5,000명이 따라붙었다. 같은 기간 중 소련의 우주 개발 비용은 미국의 20~30%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의 달 탐사 성공에는 또 다른 요인도 있다. 선택과 집중. NASA는 레인저·서베이어·루너오비터 등 달 관측 계획을 아폴로계획의 보조 수단으로 삼았다. 우주 유영과 랑데부, 도킹 등을 훈련한 머큐리·제미니 계획도 아폴로계획의 성공을 거들었다. 시장의 선택을 중시하는 미국으로서는 드물게 국가가 목표를 세우고 역량을 집결하는 전략이 성공을 거둔 셈이다.



우주 개발의 그림자도 있다. 아폴로 11호 달 탐사선에서 내려 달을 밟은 직후 닐 암스트롱은 ‘이는 한 사람의 작은 발걸음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거보(巨步)’라고 말했지만 과연 그럴까. 인류가 달 탐험으로 얻은 게 무엇이 있는데? 미국만 대륙간탄도탄용 대형 로켓을 비롯해 우주의 군사기지화를 위한 경험을 축적했을 뿐이다. 암스트롱이 달을 걷는 순간 선전 목표가 이뤄졌기 때문일까. 개발의 추진력도 급속히 사그러들었다.

한국경제의 앞날에도 우주 개발은 국위 선양 기회인 동시에 예산 부담 요인이다. 앞으로 2년 뒤면 무인 달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지만 막대한 예산 소요를 뒷받침할 힘이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우주개발의 덤 또는 진짜 목표인 장거리 미사일 운반체 기술을 확보할 의지도 없는 것 같고….

세계 경제도 마찬가지다. 전통적 우주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거액을 투자하고 인도와 일본도 우주 개발에 뛰어들었다. 과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미국이 구상하는 화성 탐사 프로젝트는 비용이 1,000억 달러를 넘는다. 중국은 미국을 능가하겠다는 목표 아래 빠른 속도로 기술력 차이를 줄여나가고 있다.

미국이 아폴로 계획에서 남긴 가시적 성과물은 월석(月石) 385㎏. 우리나라도 소량이나마 분배받았다. 월석 채집 경쟁에 투입한 자금을 생산과 복지에 활용했다면 ‘보다 나은 사회’에 가까워졌을 것이라는 지적에도 주요국들은 우주개발을 포기하지 않는다. 군사기술 축적과 미래를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걸고서. 참으로 모를 일이다. 우주를 향한 경쟁이 인류의 진보를 위한 발걸음인지, 아니면 우화(愚話)의 반복인지.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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