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국민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기까지 현상 유지적 경영에 안주해온 경영진과 자신들의 고용 안정과 임금 인상만을 고집해온 이기적인 노동조합 양측 모두 사회적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동시에 산업과 고용 정책 차원에서 장기적 청사진을 가지고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책당국자들의 책임 또한 그에 못지않게 크다고 볼 수 있다.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파악과 소요되는 구조조정 비용에 대한 정확한 회계가 필요하다.
“죽은 나무에 아무리 물을 줘도 되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 관계자들은 코쿰스(도크)가 망하고 나서야 깨우쳤다.” 경쟁력을 잃고 몰락한 스웨덴의 조선 도시 말뫼에 관한 얘기다. 지금은 193개국 10만명이 몰리는 유럽의 4대 창업·혁신도시로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철저한 자기반성과 지역 노사정 주체들의 뼈를 깎는 협력이 없었다면 그러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리도 철저한 자기 진단과 반복되는 실패의 원인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경쟁력 약화의 구조적 원인이 무엇인지, 소멸해가는 경쟁력에도 기득권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는 집단은 어떤 세력들인지, 그러한 기득권이 유지될 수 있도록 방치한 지배구조의 잘못은 무엇인지, 구조조정 후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기술과 인력의 재배치는 어떻게 돼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대안들이 깊이 있게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제는 국가 산업정책이 인력정책 그리고 고용전략과 함께 수립되고 연계 추진돼야 한다. 특정 산업의 실패는 국가 경쟁력에 상처를 낼 뿐 아니라 경쟁력이 없는데도 공적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산업과 기업 집단들은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고용의 위기를 낳게 되고 그 비용을 대부분 사회에 전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소위 ‘경상이익의 사유화와 위기비용의 사회화’다. 기업 경영에서의 사회적 책무성과 기업을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의 공공성에 대한 인식이 이번 기간산업 구조조정기에 노사 모두에 무겁게 자리 잡아야 한다. 기업 집단의 도덕적 해이는 경쟁력 상실로 결국 자신들에게 해가 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짐이 되기 때문이다.
중후장대형 제조업, 수출 중심, 대기업 의존적 성장전략은 이제 수명을 다해가고 있고 미래 발전을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 모멘텀의 창출과 그를 뒷받침할 창조적 기술혁신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번 산업 구조조정이 특정 기업이나 집단에 대한 구제금융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되며 국가 차원에서 미래 산업 경쟁력과 인력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진행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저성장 기조의 지속과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하게 되는 대량 실업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일자리 위기에 대비한 국가적 대응 전략이다.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눈부신 기술혁신 시대에 독일과 같은 선도국가들은 인더스트리4.0 전략으로 제조업의 혁신과 미래 경쟁력 플랜을 추진하기 바쁜데 우리는 낡은 산업을 청소하기에 바쁜 것 같아 창조경제의 미래가 걱정된다.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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